윤석열 대통령이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해체를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큰 사회적 파장을 부른 가상자산 범죄와 주가 조작 사태 배경으로 “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감시체계 무력화”를 지목한 것이다.

전임 정부 때 일을 직격한 점이 이례적이지만, 정치적 곡해가 불필요할 만큼 당시 ‘합수단 폐지’는 이해하기 힘든 조치였다. 2013년 설치돼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며 자본시장 투명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공감이 컸는데도 하루아침에 폐지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폐지 소식이 전해진 날 신라젠 상상인 등 검찰 수사 중이던 종목의 주가가 10~20% 동반 급등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합수단 폐지는 각종 비리에 연루돼 불과 35일 재직한 조국 장관이 운을 띄웠고, 후임인 추미애 장관이 취임 직후인 2020년 1월 결행했다. “합수단이 부패의 온상”이라는 게 추 장관의 설명이었지만 ‘교통사고 때문에 KTX를 없앤다’는 주장만큼이나 기이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하에 조국 일가 비리 수사가 진행되자 폐지를 밀어붙였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누군가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검찰 직제까지 바꾼 것이라면 이것이야말로 묵과할 수 없는 국정농단이다.

우려대로 합수단 해체 직후부터 관련 범죄 대응 역량은 추락했다. 그러자 추 장관 후임인 박범계 장관은 2021년 9월 떠밀리듯 ‘금융·증권범죄 수사협력단’을 설치했다. 하지만 협력단은 검사의 수사 참여가 금지돼 저승사자의 위용은 없었고, 결국 정권 교체 후 한동훈 장관이 합수단을 부활시켰다. 법무행정 불신을 자초한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폐지 결정’ 과정을 들여다보고 필요하다면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SG증권발 주가 폭락’을 맞아 정부는 현재 ‘임시직제’인 합수단을 ‘정식직제’로 상설화하기로 했지만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 지난 정부에서 무너지다시피 한 시장감시체계 전반의 재구축이 시급하다. 전 정부 탓만 할 일도 아니다. 올해 거래소가 적발한 1~4월 시세조종 건수는 ‘0건’(전년 동기 8건)이다. 여당은 신고포상금 상향(20억원→40억원), 부당이득 2배 환수, 증권범죄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들고나왔다.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시장 신뢰 회복에 대한 의지가 더 중요하다. 합수단을 재설치하고 옵티머스 펀드 등 전 정부에서 미진했던 금융 범죄를 확실하게 파헤쳐 성과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