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또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연포탕 대통합’을 외쳤지만, 친윤 새 지도부가 이준석 전 대표와 그의 지원을 받은 낙선 후보들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으면서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들을 ‘선수로 뛰어든 훌리건’이라며 영구 추방을 입에 올렸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전대 기간 내내 내부 총질만 했다”며 “반성부터 하라”고 외쳤다. 장예찬 최고위원도 비윤 후보들과 이 전 대표의 결탁은 전략적 패착이었다고 공격했다. 승자의 겸손과 아량은 온데간데없고 완장질부터 해대는 꼴이다.

경선 과정에서 이준석계 후보들의 공세는 과도했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소설 속 강압적으로 군림하는 학급 반장인 ‘엄석대’에 빗댄 것부터 그렇다. ‘윤핵관’을 ‘망국신(나라를 망하게 하는 신하)’에 비유하고, 윤 대통령도 함께 비판한 것도 도가 지나쳤다. 그렇다고 새 지도부가 경선이 끝난 지 하루 만에 기다렸다는 듯 벌떼 공격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경선은 치열한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고, 친윤 후보들도 친이준석계 못지않게 거친 공세를 폈다. 물론 경선이 끝났으니 무조건 통합, 화합하라는 게 아니다. 정당의 생명은 다양성이다. 특정 계파만이 당을 장악한 채 독주한다면 민심에 제대로 호응하기 어렵고, 당세 확장에도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꼴 아닌가.

중요한 것은 그런 다양성을 바탕에 두고 필요하다면 치열한 토론과 조율을 거쳐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게 바로 정치의 본질이요 힘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에선 친윤, 비윤 모두 계파의 정치적 이해를 앞세운 ‘닥치고 공격’만 보인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 뒤 집안싸움에만 매달리다 두 번이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것도 모자라 난장판 경선을 치르더니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소수 여당인 마당에 이런 분열 상태로 어떻게 거대 야당을 상대하고, 국정 운영 동력을 얻을 수 있으며,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겠나. 지금 국민의힘이 할 일은 계파 욕심을 내려놓고 모두 국정 성공을 위해 매진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