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169석의 거대 야당은 본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단일 대오를 강조하며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지만 표결 결과는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야당의 기대를 한참 벗어났다. 찬성 투표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 시대전환(1석)을 합쳐도 122표에 불과하다. 민주당과 친야 무소속 의원 중에서 찬성, 기권, 무효 등 무더기 이탈표가 나왔다는 계산이다.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지만 이재명식 방탄과 민주당의 팬덤 정치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는 당장의 구속 수사는 피하게 됐지만 이 대표로 인한 민주당의 ‘사법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장동 사건 등과 관련해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거나 검찰이 증거를 보강해 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다. 게다가 다음달 3일부터는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나가야 하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과 연계한 대북 불법 송금 혐의 등 다른 사건 수사도 줄줄이 이어진다. 이 대표는 이미 정치적으로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이 대표는 어제 본회의 투표에 앞선 신상 발언을 통해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이라며 영장 내용에 대해 “무죄 정황만 차고 넘친다”고 큰소리쳤다. “수사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향하고 있다”며 “목표물을 잡을 때까지 하는 사법 사냥”이라고도 했다. 과연 그런가. 민주당은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사법 살인”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는 본질을 호도한 것이다. 사법당국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그가 당 대표가 되기 전 성남시장 시절의 비리 혐의이며,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가 시작된 사건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표결에 앞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범죄 혐의는 없다. 성남시장 이재명의 혐의만 있을 뿐”이라고 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공약했던 대로 이제라도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에 응해야 마땅하다. 국민의 절반가량(49%)이 이 대표 구속 수사에 찬성하고 57%는 불체포 특권 폐지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민주당 또한 ‘이재명을 위한 사당(私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을 접고 ‘방탄’의 사슬을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