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달 열리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대통령이 당연직 의장인 정부 위원회가 힘을 얻으려면 대통령의 관심이 절대적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원칙들을 세울 필요가 있다.

돈으로만 해결하려고 한 과거 출산 장려, 인구 유지 정책은 한계가 뻔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 게 먼저다. 지난 16년간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의 정부 예산이 들어갔는데, 합계출산율은 그사이 1.13명에서 0.78명으로 떨어졌다. 한 해 45만 명이던 출생아 수는 25만 명으로 줄었다. 돈이면 다 된다는 복지정책식 접근이 이처럼 실패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5년간 저출산 예산을 146조원이나 투입했다. 이런 돈들이 이미 출산을 계획한 여유 있는 가구에 잘못 쓰였을 수도 있다. 저출산 예산의 실질적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재정을 아무리 투입해도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일자리, 주거, 교육, 노후 문제 등 구조적 해결 없이는 출산 장려가 어렵다는 종합적 인식이 필요하다. 2015년 0.8건이던 여성 1인당 혼인율이 지금은 0.5명대로 떨어졌고, 혼인 대비 출산율도 같은 기간 1.5명대에서 1.3명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청년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여긴 탓이다. 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택하게 하려면 영어유치원 등 과도한 사교육 부담을 공교육에서 맡아주는 식의 대책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 섣불리 내놓았다가 유야무야된 학제 개편도 다시 다듬어 내놓을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이제 우리 사회도 인구 감소 시대에 적응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저출산위는 본격적 인구 감소에 대비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청사진도 함께 제시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