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제도의 폐지를 검토 중이며, 추석 이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설계한 이 제도는 탈 많은 문 정부의 부동산 대책 중에서도 가장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조치다.

무엇보다 15억원이라는 기준 자체가 무척 임의적이고, 비상식적이다. 그런 까닭에 헌법소원까지 제기돼 있다. 대한민국 1500여 개 법률 어디에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조치로, ‘현금 부자’가 아닌 한 15억원 이상 주택으로 이사 가는 것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위헌소송의 논지다.

초법적 성격과 함께 정책 효과로 볼 때도 지금 같은 부동산 냉각기에는 더 존속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국민은행 조사에서 8월 서울 주택가격은 0.07% 떨어져 2019년 2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대구는 9개월, 대전은 7개월째 내림세다. 거래도 실종돼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633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으로, 상반기 월 평균 1320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재 금리 상승 추이를 감안할 때 부동산시장 약세는 당분간 반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15억원 초과 대출 규제’ 외에도 집값 급등기 때 만든 규제 중 손보거나 폐지해야 할 제도가 적지 않다. 재건축 사업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올해는 조합원 1인당 7억원이 넘는 단지까지 등장했으니, 사실상 재건축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재산권 논리로만 보면 이 제도는 폐지하는 게 맞다. 정부가 당초 9월 중에 감면안을 발표한다고 했는데, 면제 금액과 부과율 구간을 찔끔 조정할 게 아니라 가시적으로 상향·확대해 정비사업 활성화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정대상지역 해제도 좀 더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구에서 유일한 조정대상지역인 수성구는 올 2분기 신규 분양 계약률이 0%일 정도로 지방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방 45곳의 조정대상지역에 대해선 보다 탄력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부동산시장은 과열 정도에 따라 규제 완급 조절이 필요한 곳이다. 그러나 최근의 시장 분위기와 향후 금리 추이를 감안할 때 지금은 가격 급등기에 만든 규제를 방치할 경우 자칫 시장 경착륙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더 커 보이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