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효진의 세금 내는 아이들] 돈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나라
‘저금통’이라는 동요가 있다. 30대 이상이라면 학교에 다니며 한 번쯤 들어보고 불러봤을 동요다.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으로 시작하는 이 동요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돈은 아껴 쓰고 저축해야 한다. 그래야 착한 어린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어떤 경제·금융 교육을 받았는지 생각해 봤다. 곧바로 이 동요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이렇게 방치해 뒀을 리 없다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봤다. 하지만 절약과 저축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저금통’이라는 동요가 우리가 학창 시절 학교에서 받은 돈에 대한 교육의 전부였다. 어린 시절 절약과 저축 이외의 돈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어린 게 벌써부터 돈 이야기야’라는 핀잔만 돌아왔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경제·금융 상황은 다양하다. 이제는 필수처럼 돼버린 투자부터 금융사기 예방법, 보험에 대한 상식, 세금의 의미와 종류, 대출 종류와 이자 상환법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런 금융 관련 상황은 피하고 싶어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중 어떤 것도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다. 심지어 통장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조차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교육 과정에 마련된 성취 기준을 모두 도달한 아이들도 은행에서 우리에게 왜 이자를 주는 것인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의 차이는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축구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바로 아이에게 공을 건네주는 것이다. 스스로 공을 만져보며 촉감을 느끼게 하고 던져도 보고 차보기도 하게 하며 공과 친해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다음으로 패스나 슛을 가르치고 마지막으로 시합을 뛰도록 하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돈이라는 공을 만져보지도 못한 채 삶이라는 시합에 바로 뛰어들고 있다. 시합에서 돈이라는 공을 처음 만나는 사회초년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됐을 뿐인데 사회는 ‘이제 어른이니까 다 할 줄 알지?’라고 말한다. 돈과 관련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너는 지금 나이가 몇인데 그것도 모르니?”라는 핀잔만 돌아온다. 어린 시절엔 돈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게 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당연히 돈에 대해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금융 지식은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다른 많은 지식처럼 배워야 알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회 초년생이 이 배움을 학교가 아니라 사회에 나와서야 얻고 있다.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금융이해력이 5점 가까이 차이 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금융이해력 조사는 성인(만 18~79세)을 대상으로 합리적이고 건전한 금융 생활을 위해 금융 지식, 금융 행위, 금융 태도 등 금융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 정도를 2년마다 측정한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금융이해력은 42.7점으로 한국 전 세대 평균점수(66.8점)보다 24.1점이나 낮았다. 국가의 미래를 이끌 청소년·청년들의 금융이해력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할 경우 불행은 빠른 속도로 우리 삶으로 찾아온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을 외면한 채 삶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현재 학교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아이들이 실제 삶에서 만나게 될 개인의 금융 생활과 관련 있는 경제·금융 교육은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개인이 삶에서 마주치게 될 경제·금융 지식보다 지역, 국가, 세계를 단위로 하는 경제 교육 내용을 배우고 있다.

이렇게 처음 경제를 만나게 되는 아이들에게 경제란 어려운 것, 외워야 하는 것, 내 삶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게다가 2028년 수능 선택과목에서 경제 과목이 퇴출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우리 아이들이 삶을 시작하는 순간 기본적인 경제·금융 지식을 갖고 어려움 없이 사회에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경제·금융 교육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