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2본부장에 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유암코 감사)이 내정됐다는 소식은 이 정부의 후안무치를 재확인시켜 준다. 그는 2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산을 운용하는 자리에 걸맞은 경력을 찾기 힘든 금융 문외한이다. 의원 보좌관과 여당 당료를 지낸 뒤 대선캠프를 거쳐 조국 전 민정수석 밑에서 약 2년간 행정관으로 일한 전형적인 ‘캠코더’ 인사다.

2년 전 은행권이 출자한 구조조정 전문기업 유암코 상임감사로 갈 때도 ‘낙하산’ 비판이 컸는데, 최고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투자회사 운용책임자를 맡는다는 건 더욱 어불성설이다. 운용본부장만큼은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보고 뽑는 게 그 바닥 철칙이다. 더구나 뉴딜펀드 20조원이 어떤 돈인가. 정부가 3조원, 산업은행·성장사다리펀드가 4조원을 출자해 혈세나 다름없다. 민간 금융회사와 국민 공모자금 13조원도 투입될 예정이다. 그런 돈을 펀드매니저의 기본인 투자자산운용사 자격도 없는 인물에게 맡기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위인설관한 정황도 뚜렷하다. 기존 투자운용본부에서 ‘정책형 뉴딜펀드’와 ‘기업구조혁신펀드’ 부문을 떼어내 최근 투자운용2본부를 신설한 것은 낙하산 인사용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한국성장금융 측이 “청와대나 정부와의 소통도 운용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라고 해명한 대목도 걱정스럽다. 전문적인 운용보다 정치적 고려가 앞설 것이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국판 뉴딜펀드는 대형 관제펀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가 비판적인 보고서를 공유했다가 바로 내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런데 낙하산 소식까지 듣고 보니 민간 조달예정액 13조원이 정부 강압에 의해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이 커진다. 그런 수순이라면 뉴딜펀드는 오히려 민간 벤처시장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부르고 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낙하산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낙하산이 주요 공기업 비상임이사 4명 중 1명꼴로 집계될 만큼 전 정부보다 극성이다. 내리꽂는 방식도 이번 사례처럼 너무도 노골적이다. 청와대는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오는 16일 주총에선 이런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안을 부결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