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5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린 뒤 1년3개월 만에 다시 올린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을 여러 차례 시사했지만 코로나 재확산으로 그 시점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그럼에도 미국 등 선진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과 위험수위에 도달한 가계대출, 그리고 가중되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초저금리에 각종 코로나 지원금까지 풀리면서 유동성은 급증했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인 M2는 6월 평균 3411조8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6.9%,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17.2% 늘었다. 가계빚은 올해 2분기 처음으로 1800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1년간 168조6000억원 늘어 증가 폭도 사상 최대다.

이렇게 풀린 돈은 실물경제로 흡수되기보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거품을 만드는 금융 불균형을 야기했고 물가까지 자극하는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0.3%포인트 높은 2.1%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자산매입 축소 움직임에 따른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까지 겹치면서 서둘러 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도 많다. 집값 급등과 주택대출 급증은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정책 탓인데 이를 때려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는 것은 가뜩이나 코로나로 어려운 서민들을 더욱 사지로 내몬다는 것이다. 어제 중소기업계가 “9월 말 대출만기연장 종료와 금리 인상이 겹치면 애로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유감을 표한 것도 그래서다. 최근 인플레 압력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회복보다는 공급 감소에 따른 충격 때문인데 긴축으로 대응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견해도 있다.

과잉유동성이 낳는 자산 거품 등 부작용은 시정할 필요가 있다. 이 총재가 “금융 불균형 완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청년대책 운운하며 돈풀기를 계속하는 한, 금리인상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금리정책 파급력은 예전보다 많이 약화된 마당이다.

관건은 ‘선거 리스크’를 얼마나 극복하느냐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겨냥한 돈 살포에 제동을 걸지 못하면, 금리인상은 자칫 금융 불균형을 잡지도 못하면서 코로나로 신음하는 자영업·소상공인의 고통만 가중시킬 수 있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