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수돗물 포비아'
인천과 경기지역에서 수돗물 유충, 일명 깔따구가 발견된 이후 서울, 대전, 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벌레가 나왔다는 신고가 폭주하고 있다. 환경부는 전국 정수장을 대상으로 긴급 전수조사를 벌인다지만 시민들은 ‘수돗물 포비아(공포증)’에 휩싸이고 있다. 작년 붉은 수돗물 사태로 놀란 인천 시민들은 물론, 코로나19로 스트레스가 심한 국민들 사이에 수돗물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요즘이다.

과거 수돗물 이슈는 취수원인 강이나 지하수에 화학물질 오염원이 섞여들어 불거진 게 일반적이었다. 2018년 낙동강에서 취수한 대구 수돗물에서 다량의 발암물질이 검출돼 지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런 점에서 “벌레가 있다면 적어도 심각한 화학물질 오염은 아니지 않냐”는 ‘웃픈’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물속에서 살거나 번식하는 곤충이 뎅기열과 같은 질병을 운반하고 전염시킨다고 한다. 낙후 지역의 식수원에 대한 경고지만, 코로나란 비상한 시기여서 예사롭지 않다.

상수(上水) 시설의 발달은 인류 문명과 궤를 같이해 왔다. 전염병 예방 측면에서 도시 발전에 필수 요소다. 상·하수도를 모두 활용한 유일한 고대 국가는 로마였다. 당시 티베르강에서 끌어온 상수관 11개로 공중목욕탕과 공공시설에 물을 댔다. 로마 멸망 이후 유럽에서 상·하수 처리가 되는 도시가 만들어진 것은 한참이 지난 19세기 들어서였다.

그 직전까지는 상당수 전염병이 수인성(水因性)이란 점도 깨닫지 못했다. 19세기 전반 영국 런던 시민 250만 명 가운데 1만5000명가량이 콜레라로 사망했다. 콜레라의 원인균이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는, 독기(毒氣)론을 믿은 탓이었다. ‘근대 역학의 아버지’ 존 스노가 1840년대 처음으로 콜레라가 수인성 질병이란 점을 밝혀냈다.

상수의 문제는 관리 이슈로 귀착된다. 붉은 수돗물 사태도 취수장 등을 검사할 때 단수 조치 없이 진행하다 벌어진 일이다. 생수도 마찬가지다. 2017년 생수에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는 충청지역 민원 등은 원수(原水) 관리가 철저하지 못해서였다. 코로나 위기로 국가가 온갖 영역에서 민간을 규율하지만, 가장 기본은 상·하수 등 공공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할 때 위기 대응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