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한 신흥국이 90개국을 넘는다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보도는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의 뇌관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경고로 읽힌다. 전체 신흥국(189개국)의 절반이 심각한 상태에 처한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방역도, 경제도 취약한 신흥국들이 교역 감소, 원유 등 자원 가격 폭락, 관광 수입 급감 등으로 인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려 SOS를 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지난 3월 한 달간 58개 신흥국에서 83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통화가치가 25%까지 추락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자국 환율 방어를 위해 신흥국들이 최근 두 달 새 총 1240억달러를 소진했다는 보도(파이낸셜타임스)도 있다. “IMF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는 주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화상회의로 열릴 IMF 연차총회(14~17일)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신흥국들이 앞다퉈 IMF에 손을 벌리는 상황은 우리 경제에도 엄청난 충격을 미칠 수 있다. 국제금융계에서 한국은 아직 신흥국 그룹에 속해 있다. 외환보유액과 통화스와프로 5000억달러가 넘는 ‘외환 방파제’를 쌓았다지만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 추세를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신흥국들이 주요 수출시장이자 원자재 공급처라는 점이다. 신흥국 위기가 도미노처럼 번질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도 타격을 받게 된다. 이미 국내 대표기업과 협력업체들은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중 피해를 보고 있다. 달러로 원자재를 수입하고, 해당국 통화로 완성품을 판매함에 따라 양쪽에서 환차손을 보기 때문이다. 자칫 디폴트를 선언하는 나라라도 나오면 수출 대금결제부터 막히게 된다.

의료시스템이 낙후된 신흥국들에서 코로나19가 얼마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할지 알 수 없다. 신흥국의 감염병 팬데믹(대유행)과 경제위기 확산은 세계경제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국내 경제회복도 시급하지만 언제 어디서 불똥이 튈지 모를 신흥국 위기에도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