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는 크게 봐서 ‘미래’와 ‘경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지향점도 그렇게 나아가 이뤄야 할 우리 시대의 숙명이다. 대일(對日) 메시지가 과거사 언급이나 강경대응 대신 대화 의지에 무게를 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바람직하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일찍부터 나아갔어야 할 방향이고, 진작 이뤄냈어야 할 진정한 자주독립 국가의 모습이다.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나 앞서 중국의 ‘사드 보복’을 겪으면서 좀 더 절감하게 됐을 뿐이다. 일상이 되다시피 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나 패권주의 행태를 보여온 중국이 최근에는 러시아와 연합한 항공 무력시위까지 감행해온 것에 주목하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경제와 안보라는 양축이 함께 굳건해질 때 가능할 것이다.

누구도 쉽게 흔들 수 없는 자주독립국이 말로 이뤄질 수는 없다. 부국강병은 구호나 이념이 아니라 근면과 근검, 자조와 협동을 바탕으로 하는 자강불식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회는 과도하게 분열돼 있는데 정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지 오래다. 이념이 앞선 경제정책은 선진 국제 흐름과 거꾸로 달리고 있지 않나.

정부부터 바뀌어야 한다. 쉽게 휘둘리지 않는 나라가 되려면 국민 각자가 크게 변해야겠지만, 정부가 먼저 변하면서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세계사의 흐름과 따로 가는 일련의 경제정책은 물론 냉정한 국제 관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안보 정책도 일신할 필요가 있다. 외교에서도 역량을 갖추고 전력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대립보다 대화와 협상, 투쟁보다 공존의 가치가 바람직한 것은 우리 사회 내부에서나 대외관계에서나 마찬가지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실력을 바탕으로 공존의 지혜를 발휘할 때 이뤄질 수 있다. 대일 관계 개선이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