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을 보면 한 달 전 상황과 닮은 게 많다. 전년보다 늘어난 취업자 수(29만9000명)부터 전월(28만1000명)과 비슷하다. 취업자 구성내역도 그렇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37만7000명 늘어난 반면 40대는 17만9000명 감소했는데, 6월 통계에서도 37만2000명 증가, 18만2000명 감소였다. 재정투입으로 노인 일자리만 늘어났을 뿐 ‘경제활동 중추’인 40대의 일자리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6, 7월의 이 통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세금을 퍼부어 급조한 ‘공공·단기 알바 효과’인 29만 명 취업자 증가만 보며 ‘희망가’를 부를 건가. 40대와 제조업부문의 일자리 감소, 1~17시간짜리 불완전 취업자 28만1000명(18%) 급증, 20년 만에 최악인 전체 실업자(109만 명) 및 청년 실업률(9.8%)에 주목하면서 위기의식을 가질 것인가.

국가경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한다면 후자 쪽을 주목하는 게 마땅하다. 좋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면서 국가 전체의 성장역량을 끌어올리려면 구조적 문제점을 직시하고 해법을 찾아나가는 냉철함과 절박함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고 강조한 대목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낙관의 근거로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신인도 평가를 인용했다. 하지만 무디스 피치 등은 “한국 경제의 대외건전성 등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면서도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지적했다. 피치는 올해와 내년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끌어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 대기업들의 신용 강등을 예고했다.

생산과 투자 지표를 비롯한 경제심리지수도 악화일로다. 8개월째 감소세인 수출 또한 이달에도 뒷걸음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내린 국내외의 전망은 다 열거하기가 버거울 정도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치면서 1%대 전망도 나왔다. 한은이 논란 속에 기준금리를 더 내렸고, 현금을 쥔 채 숨만 쉬겠다는 기업이 급증하는 이유일 것이다.

경제에는 ‘심리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재정 확대로 만들어낸 수치에 현혹돼 실상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신평사들 분석의 한쪽이나 분식요소가 다분한 고용통계 등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 현상이라면 더욱 경계할 일이다. 툭하면 ‘펀더멘털’ 운운하는 경제 부처들도 그런 경향을 보여 왔다.

산업 현장에서는 “정부만 호황”이라는 냉소까지 퍼지고 있다. 자영사업자들의 폐업 행렬, 추락하는 지역 경제, ‘투자 엑소더스’ 속 노조들의 줄파업, ‘공시족’ 쏠림 등 위기 징후가 널려 있다. 기업들은 ‘시장리스크’에 얹혀진 ‘정책리스크’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20여 년 전 “펀더멘털은 좋다”고 외치다 외환위기라는 최악의 경제난을 맞았던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정확하고 냉철한 상황 인식은 위기극복의 전제이자 출발점이다. 듣기 싫은 지적을 한다고, 이견을 낸다고 ‘가짜 뉴스’로 몰아칠 일은 더욱 아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과연 튼튼한지, 제대로 토론을 해보자. 이런 것이야말로 공론의 대상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