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경제보복을 감행하자 관련 대책회의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정책·예산·입법 지원방안을 논의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11개 업종별 협회·단체 대표와 점검회의를 열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산업 지원대책을 내놓으면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를 예고했다.

일본의 보복으로 가장 충격에 휩싸인 건 산업계다. 5대 그룹은 일제히 ‘비상경영체제’를 본격 가동했다. 시나리오별 점검, 소재·부품 재고 확보, 대체 공급처 물색 등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들도 후폭풍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일본과 거래하는 상당수 중소기업은 “6개월도 버티기 힘들다”고 답했다.

다급한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대책을 내놔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소재·부품 국산화만 해도 적지않은 시간이 걸려 당장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수출규제 영향권에 들어간 업종과 기업이 대폭 늘어난 데다 저마다 처한 현실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산업 전반에 걸친 과감한 대책과 함께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기업들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공개행사에서는 속마음을 털어놓기 어렵다. 가뜩이나 일본의 자의적 수출 규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부가 듣기 불편하거나 기업이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긴요한 내용이라면 소통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공개 행사로 상대를 자극하기보다는 물밑에서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며 일본의 경제보복을 극복해 나가는 슬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