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기력·무능 드러낸 한국 외교, 전면 쇄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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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상황 몰리자 미국에 "중재해 달라" 매달렸지만
'립서비스'에 일희일비하다 빈손…"기댈 곳 없다" 확인
"한국, 믿을 수 있는 나라인가" 질문에 어떤 답 할 건가
'립서비스'에 일희일비하다 빈손…"기댈 곳 없다" 확인
"한국, 믿을 수 있는 나라인가" 질문에 어떤 답 할 건가
극단을 향해 치닫는 한국과 일본 간 분쟁은 그 자체로 엄청난 문제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허술한 외교역량도 그에 못지않게 충격적이다. 일제강점기 징용공 배상문제로 한·일 갈등이 촉발된 이후 두 나라가 국제무대에서 벌인 ‘외교전쟁’은 한국의 완패로 기울어가고 있다. 일본이 사실상 미국의 묵인 내지 방관 아래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한 것은 두고두고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할 ‘외교 참사’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핵심 화학소재 3종의 수출을 규제하는 ‘예고편’에 이어 대규모 추가 경제보복을 예고했던 지난 한 달간, 우리 정부가 보인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책임자들이 허둥지둥 미국으로 달려가 중재를 요청하며 보인 행태부터 그랬다. 형식적·의례적인 몇 마디 말을 듣고는 그 의미를 과장해 나라 체면을 구겼다.
갈등 상대국인 일본을 대하는 자세는 더 엉망이었다. 분쟁을 촉발한 징용공 문제에 대한 진중한 해결 노력은 뒤로 한 채 “경제보복은 안 된다”는 원론적 주장만 쏟아냈다. 엄연히 상대가 있는 중대 외교 현안을 놓고 마치 허공을 향해 공포탄을 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의원 외교로 거들겠다고 나선 국회는 아무런 사전조율 없이 “일단 부딪쳐 보자”는 식으로 일본에 대표단을 보냈다가 문전박대만 당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핵심 인사들이 외교로 풀 문제를 두고 국민의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쏟아낸 것도 우려스런 사태다. 이성적으로 논리를 개발해도 해결을 장담하기 어려운 판에 국정 책임자들이 경쟁적으로 ‘감성팔이’ 언행을 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말 정도로 넘길 일이 아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건지, 문제해결 능력은 있는 건지 되묻게 한다.
또 하나 심각하게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안전보장을 재검토한 조치”라고 이유를 댄 대목이다. 더 이상 ‘안보동맹국가’로 믿을 수 없고, 인정하지도 않겠다는 선언과 다를 게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미국이 지켜보고만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미 정부 고위 인사들은 “두 나라 간 갈등을 중재하거나 조정할 의사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완화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동안 미·일 간 의견교환과 사전 정지작업이 이뤄져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게 볼 징후가 많았다. 일본이 한국에 ‘강공’을 퍼붓기 직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회동한 것부터 그랬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동안, 미국은 중국·러시아를 겨냥해 일본·인도·호주를 축으로 하는 ‘인도·태평양 동맹’으로 국제 안보체계를 재구축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지 냉정하게 자문(自問)해 봐야 한다.
일본과의 갈등은 한국이 경제는 물론 안보에서도 미증유의 외교적 난제를 안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정좌표가 무엇인지, 어떤 미래를 지향하고 있는지, 지금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한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핵심 화학소재 3종의 수출을 규제하는 ‘예고편’에 이어 대규모 추가 경제보복을 예고했던 지난 한 달간, 우리 정부가 보인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책임자들이 허둥지둥 미국으로 달려가 중재를 요청하며 보인 행태부터 그랬다. 형식적·의례적인 몇 마디 말을 듣고는 그 의미를 과장해 나라 체면을 구겼다.
갈등 상대국인 일본을 대하는 자세는 더 엉망이었다. 분쟁을 촉발한 징용공 문제에 대한 진중한 해결 노력은 뒤로 한 채 “경제보복은 안 된다”는 원론적 주장만 쏟아냈다. 엄연히 상대가 있는 중대 외교 현안을 놓고 마치 허공을 향해 공포탄을 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의원 외교로 거들겠다고 나선 국회는 아무런 사전조율 없이 “일단 부딪쳐 보자”는 식으로 일본에 대표단을 보냈다가 문전박대만 당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핵심 인사들이 외교로 풀 문제를 두고 국민의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쏟아낸 것도 우려스런 사태다. 이성적으로 논리를 개발해도 해결을 장담하기 어려운 판에 국정 책임자들이 경쟁적으로 ‘감성팔이’ 언행을 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말 정도로 넘길 일이 아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건지, 문제해결 능력은 있는 건지 되묻게 한다.
또 하나 심각하게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안전보장을 재검토한 조치”라고 이유를 댄 대목이다. 더 이상 ‘안보동맹국가’로 믿을 수 없고, 인정하지도 않겠다는 선언과 다를 게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미국이 지켜보고만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미 정부 고위 인사들은 “두 나라 간 갈등을 중재하거나 조정할 의사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완화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동안 미·일 간 의견교환과 사전 정지작업이 이뤄져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게 볼 징후가 많았다. 일본이 한국에 ‘강공’을 퍼붓기 직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회동한 것부터 그랬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동안, 미국은 중국·러시아를 겨냥해 일본·인도·호주를 축으로 하는 ‘인도·태평양 동맹’으로 국제 안보체계를 재구축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지 냉정하게 자문(自問)해 봐야 한다.
일본과의 갈등은 한국이 경제는 물론 안보에서도 미증유의 외교적 난제를 안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정좌표가 무엇인지, 어떤 미래를 지향하고 있는지, 지금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