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보좌관을 지낸 김현철 서울대 일본경제연구소장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과 관련, “청와대가 기업들과 공개적으로 만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침 오늘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30대 기업 총수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한경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치적으로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기업 문제는 물밑에서 조용하게 협상을 벌이는, 정·경 분리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정부가 보호해야 할 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의 지적이 시사하듯 정부의 대응은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보복 가능성이 처음 보도됐을 때 정부는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일본이 공식 발표하자 ‘보복 철회’를 촉구했을 뿐, 이렇다 할 대책을 못 내놨다. 이후 뒤늦게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상응조치’를 경고하고 나섰고 이때부터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앞다퉈 기업인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만남이 실질적인 대응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본은 치밀한 연구와 전략 아래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랫동안 부처가 총동원돼 한국의 급소를 찾아왔고 한국의 대응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책도 다 마련해 놨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가 WTO 제소를 거론하지만, 일본이 검토하지 않았을 리 없다.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보내 중재를 요청한다지만 허둥대는 모습으로 비친다는 지적이 있다.

급하다고 중구난방식으로 대응해서는 곤란하다.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냉정하고 차분하게 일본의 전략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짜야 한다.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을 잘못 건드렸다”고 후회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국의 사드보복 때처럼 어정쩡하게 대응해 나라 채신까지 구기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