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투자 초기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가속상각제도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경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과 R&D 관련 투자에만 적용하던 가속상각제도를 모든 설비투자로 넓히고, 대상 제한이 없는 중소기업의 투자에 대해서는 가속상각 속도를 높여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투자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고 했지만, 이 정도로 투자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7.6%, 3분기 -7.7%, 4분기 0%, 올해 1분기 -5.5%로 뒷걸음질하는 등 침체의 골이 상당히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들고나온 가속상각제도 확대만으로는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가속상각은 투자 초기의 세금 부담만 낮춰줄 뿐, 정부가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법인세는 그대로다.

국내 투자 부진을 초래하고 있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기업은 세제 혜택만 보고 투자를 결정하진 않는다”는 김상봉 한성대 교수의 지적처럼 신산업 진출 규제, 고용 경직성 등을 바로잡는 정책이 시급하다. 규제에 좌절한 승차공유 바이오헬스 핀테크 블록체인 등 신산업 기업들이 속속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데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중소기업들마저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투자 의욕 자체를 꺾어버리는 정책도 문제다. 모든 산업재해를 원청기업 책임으로 몰아가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 압박으로 경영권을 불안하게 하면 누가 신규 투자를 꿈꾸겠는가. 투자 부진은 장기간에 걸친 성장잠재력 고갈로 이어지는 등 그 여파가 오래 간다. 정부가 ‘투자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면 세제 혜택 확대는 물론이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신산업 진입장벽 제거,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규제 해소 등 근본적으로 달라진 대책을 함께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