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이 “정부의 미세먼지 감축 목표가 성급하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그제 발표한 ‘미세먼지 문제의 산업적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서다. 산업연구원은 산업계의 준비와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책을 밀어붙이면 생산과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세먼지 관련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부의 소통 부족을 그 이유로 지목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성급한 정책 추진으로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산업연구원의 고언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2014년 대비 35.8% 감축한다는 목표로 대기오염 배출부과금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이 국내 기업 170여 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7개 미세먼지 저감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인지도는 각각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61%의 기업은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에서는 업종별로 저감기술 수준이 다르고, 신규설비 도입에 최소 2~3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무리한 목표를 세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목표 시점인 2022년은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다며 시행시기 연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종 환경 규제로 산업계 부담이 커지는데 정부와 업계의 사전 협의 및 의사소통은 부족하다는 진단도 내놨다.

국민은 의견 수렴 없이 성급하게 추진한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은 최악의 고용참사를 불렀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존폐 위기에 놓였다. 탈원전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원자력산업 생태계는 무너지고 있다. 각종 규제와 친노조 정책에 대해 기업인들의 탄식과 불만이 터져나오는데도 정부는 오불관언이다. 조그만 실수만으로도 공장 문을 닫게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 기업 경영권을 제약하는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을 강행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혼란만 키우고,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국민과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정책 수립 단계부터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소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일단 정책을 추진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보완책을 마련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