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분기(1~3월)는 훗날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사(史)에 여러가지 의미의 기록을 남긴 시기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이 기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로 뒷걸음질한 반면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12배 큰 미국은 전분기 대비 약 0.8%, 연율로는 3.2%라는 ‘깜짝 성장’을 기록해서만이 아니다. 1분기 성장세를 타고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아진 3.6%로, 5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3.2% 올랐다. 8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향상됐다는 노동생산성과 함께 하나같이 부러운 지표들뿐이다.

기업들은 왕성하게 투자하며 일자리와 임금을 늘려주고, 근로자들은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화답하고 있는 미국의 요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포용성장’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은행이 2009년 발표한 ‘무엇이 포용성장인가?’ 보고서에서 “상대적 빈곤의 문제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생산적 고용 확대를 지향하는 게 포용성장”이라고 규정한 대로다.

유례없는 활력에 충만해 있는 미국과 대비되는 게 우리나라다. 1분기 설비투자가 10.8%나 줄어들면서 마이너스 성장이란 ‘쇼크’를 낳았다. 일자리 훈풍이 언제 불어올지도 기약이 없다. 정부가 주창하는 ‘포용성장’ 구호가 무색하게 지난 3월 청년층이 체감하는 확장실업률은 25.1%로 통계 집계 이후 최악이었다.

우리나라가 ‘포용’도 ‘성장’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불임(不姙)국가’가 된 원인은 뻔하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주체인 기업들이 너도나도 해외로 투자 물꼬를 돌리고 있어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온갖 규제 장벽이 높게 쌓아올려진 기업환경 탓이란 지적이 많다. 수도권 입지 제한, 노조 과보호로 기울어진 노동법, ‘일단 해보라’가 아니라 ‘일단 기다려보라’는 식의 신산업 규제, 교조적인 환경 법규 등 일일이 적시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 세계 추세와 동떨어진 ‘나 홀로 법인세율 인상’까지 더해진 나라에서 투자가 왕성하게 일어난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연일 ‘서프라이즈 행진’을 하고 있는 미국은 기업환경에서 우리와 극명하게 엇갈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단행한 과감한 규제개혁과 감세가 그렇다. 미국 자동차회사 GM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의회 청문회에서 나온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말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데는 분명한 소신이 있다. 기업이야말로 지속적이고 발전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근원이란 믿음이다.

이런 믿음에서 법인세율을 낮추고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생겨난 에너지·환경·금융 등의 규제를 철폐한 게 지금의 미국 경제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우리 정부가 배워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