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허우적거리는 상황과 그 원인에 대한 홍준표 경남지사의 쓴소리가 당내에서 화제라고 한다. 2011년 짧게나마 당을 이끌던 전직 대표의 자가진단이어서 더욱 관심이 간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당이 방향을 못 잡고 있다”며 그는 네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금수저 물고 태어나 정치판에선 흙수저 행세하는 사람, 반반한 얼굴만 믿고 내용 없는 이미지 정치만 하는 사람, 보수정당의 표를 받아 정치하면서 개혁을 빙자해 얼치기 좌파 행세하는 사람, 반백이 넘은 나이에 다선 정치인이 되고도 소장개혁파 행세하는 사람 등이다.

백번 공감가는 지적이다. 더 이상 부연의 말도 필요없다. 보수 정당을 표방해놓고도 매사 좌클릭하느라 당의 지향점도 정향도 잃어버린 채 2당으로 전락한 것도 그런 인사들이 당의 중심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이 리더십 대열에서 이념부재의 공황에 빠지고, 심지어 당 정강을 정면에서 위반하는 좌편향 포퓰리즘 정책까지 너무도 쉽게 내걸고 있다. 그 결과 정체성도 모호한 온갖 ‘웰빙족’이 득실대면서 총선 완패로 이어졌다. ‘돌직구’ 스타일이라는 홍 지사가 구원이 있거나 경쟁관계인 그룹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오는 모양이다. 김무성 남경필 오세훈 유승민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이 그런 경우라고도 들리지만, 새누리의 한계가 몇몇 다선 의원들 문제만도 아니다.

새누리를 향해 위기라는 것은 당 안팎에서 수많은 비판과 질타, 고언과 충고가 쏟아지는데도 변혁의 계기로 삼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당 진로를 모색하는 토론회에서 복거일 선생도 “새누리당의 위기는 정체성 망각과 훼손에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전 수호하는 정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실히 찾아라”라고 핵심을 짚었지만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체성이 바로서야 변화도 가능해진다. 홍 지사는 경상남도의 부채 제로 달성, 적자투성이 진주의료원 정리, 도 교육예산 지원원칙 강화 등 뚜렷한 성과도 냈다. 보수 이념과 철학에 기반한 정책들로 이뤄낸 성과다. 당의 정체성부터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