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채권단이 한진해운 정상화에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며 대주주인 대한항공에 증자참여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도 대주주의 자구노력이 없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한진해운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대주주가 경영권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지난 3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서도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그 결과로 한진해운은 4월25일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조 회장도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채권단은 사재출연을 압박해왔고 이번에는 1조원 증자까지 요구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원칙과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기적 성장가능성을 따져 방향을 세우고 필요한 조치들을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 반(反)기업 정서 등에 편승한 정부, 정치권, 언론 등의 훈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특히 상장사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고려해야 한다. 조 회장은 2014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제수(최은영 전 회장)의 기업을 떠안아 그동안 대한항공 등 계열사를 통해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한진해운에 쏟아부었다. 그러다 대한항공의 동반 부실을 우려해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더 부실해지면 배임이 되고, 주주들에게도 불이익이 간다. 채권단이 대신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