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 뉴스룸-한경비즈니스] 인터넷 서점, 중고책 쟁탈전
국내 주요 인터넷 서점의 중고책 시장 쟁탈전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벌어지고 있다.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타격을 받은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국내 인터넷 서점 ‘빅4’는 중고책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선두는 인터넷 서점의 양대 강자로 꼽히는 예스24와 알라딘이다. 인터넷 서점 1위 업체인 예스24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직후 중고책 매입 서비스인 ‘바이백’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4년 11월 말 중고책을 정가의 최대 50%에 매입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해 이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바이백 서비스는 매월 30% 이상 매출이 증가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예스24가 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중고 서점’을 예정대로 오픈하면 중고책 판매 실적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2008년 업계 최초로 온라인에서 중고책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알라딘은 2011년 9월 서울 종로점 개장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중고 매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알라딘 중고 서점은 첫 매장을 연 지 4년 만에 매장이 20개를 넘어섰고, 전국에 2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호응에 힘입어 2013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도 중고책 매장을 열었다. 로스앤젤레스점에서는 한국 책뿐만 아니라 외국 도서도 매입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는 전용차를 마련해 중고책을 팔려는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북버스’(사진) 서비스를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북버스가 중고책 판매를 신청한 사람의 집이나 직장을 방문해 책을 수거해 간다. 북버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바코드만 찍어도 매입 가능 여부와 매입 예상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교보문고는 가격과 배송비 등을 비교 분석해 중고책을 최저가로 살 수 있는 ‘스마트 가격 비교’ 서비스를 2013년 3월부터 운영 중이다. 주문 확인부터 배송 요청, 송장 입력까지 일시에 처리할 수 있고 모바일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 서점들이 중고책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데는 ‘전자책 사업의 예상외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이 전자책을 불황을 타개할 새 먹거리로 보고 시장 선점에 나섰지만 아직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넘어야 할 벽은 도서정가제다. 인터넷 서점은 도서정가제 시행 후 주춤했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예스24와 알라딘 등이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이른바 ‘굿즈(goods:상품)’ 마케팅이다. 굿즈는 책 디자인을 활용해 제작한 북램프 머그컵 책갈피 노트 등을 뜻한다.

인터넷 서점들은 온라인상에서 책을 일정 금액 이상 구입하면 쌓이는 마일리지(적립금)를 차감해 굿즈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알라딘은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도라에몽’으로 ‘이달의 굿즈’ 이벤트를 벌여 애니메이션 마니아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편법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온·오프라인 서점이 책 가격의 10%까지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추가로 정가의 5% 이내에서 마일리지나 사은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굿즈 마케팅은 이런 규정의 빈틈을 노렸다는 것이다. 마일리지를 차감한다고 하더라도 도서 정가의 15%를 넘어서는 사은품을 주는 것은 도서정가제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알라딘 관계자는 “‘굿즈’는 마일리지를 차감해 구입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 사업으로 보지 않고 회사 내부에서 이를 전담하는 부서도 없다”며 “도서정가제 시행 전부터 계속 시행하고 있는 이벤트일 뿐”이라고 밝혔다.

조현주 한경비즈니스 기자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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