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實尾島)는 인천 남서쪽 무의도에 딸린 섬이다. 넓이 2㎢의 무인도로 무의도 해안에서 물이 빠지면 걸어갈 수 있다. 무의도까지 가려면 예전엔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영종도와 용유도를 거쳐 잠진도에서 다시 배를 타야 했지만 지금은 영종대교를 통해 곧바로 잠진도에 도착, 건너가면 된다. 이 섬이 세상에 알려진 건 1971년 8월23일 완전무장한 23명이 청와대로 가겠다며 인천에서 시내버스를 탈취해 오다 서울 대방동에서 수류탄으로 자폭한 이른바 '실미도 사건' 이후다. 북한 공비 침투라던 당초 발표와 달리 북파를 목적으로 훈련받은 특수부대원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이 사건으로 당시 국방부장관이 물러나기도 했다. 역사 속에 묻혔던 이 일이 새삼 주목을 끌기 시작한 건 98년부터다. KBS2TV '야망의 전설'에서 사형수이던 주인공(최수종)이 특수공작원으로 바뀌어 무인도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다 탈출한다는 내용이 다뤄진 데 이어 99년엔 소설 '실미도'(백동호)가 발표됐다. 이어 같은해 12월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진상을 추적,이목을 집중시켰다. 지금껏 드러난 건 68년초 북한 124군부대가 청와대 앞까지 온 걸 계기로 김형욱 당시 중정부장과 이철희 중정 제1국장이 만들었다는 것, 2325전대 209파견대 중앙유격사령부 소속으로 '684부대'라고 불렀다는 것,주로 전과자였고 군번 없이 극비리에 훈련시켰다는 것,남북화해 무드로 내팽개치는 바람에 형편없는 처우 아래 지옥훈련만 계속되자 경비병을 사살하고 탈출했으나 대방동에서 자폭하고 생존자 4명은 사형당했다는 것등이다. 이 사건이 할리우드 배급사의 전액투자로 영화화된다는 소식이다. 강우석 감독이 만들어 내년 5∼6월 전세계에서 동시 개봉한다는 것이다. 실미도 사건은 실상에 관계없이 남북 분단이 낳은 비극의 하나다.'육군첩보부대(HID) 북파공작 전국연합동지회' 회원들이 북파공작원 실체 인정등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지금 관련자료조차 공개 안된 이 사건이 어떻게 영화화될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