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운영을 놓고 미국과 유럽이 큰 시각차를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8일 예정에도 없는 금리인하를 단행한 반면,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1일 모든 사람들이 크게 기대하고 있던 금리인하를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FRB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5월15일)를 거의 한 달이나 남겨 놓은 시점에 전격적으로, 그것도 0.5%포인트라는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데 반해 유럽중앙은행 이사회(Central Council)는 위원들에게 금리인하 찬반을 묻는 투표도 해보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세계경제를 보는 미.유럽간 시각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계경제 성장둔화를 우려해 유럽의 각국 수뇌, 경제학자는 물론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유럽중앙은행이 적절한 수준의 금리인하를 단행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금리인하는 없으며 또 당분간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총재의 11일 발표였고 "최소한 0.25%포인트 정도는 내리지 않겠느냐"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시장의 반응은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비난일색이었다.

런던 소재 노무라증권의 아돌프 로젠스톡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거부는 큰 도박(big gamble)이다.

현 유럽경제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에 인색한 유럽중앙은행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유럽중앙은행의 소극적 태도는 올들어 벌써 네번째 금리를 인하한 미국뿐 아니라 제로금리로 복귀한 일본과도 크게 비교되는 것이어서 유럽중앙은행의 세계를 보는 안목이 유럽에 국한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려는 듯 11일 이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뒤젠베르크 총재는 "유럽 각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상당히 불식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인하는 적절치 않다"고 발표, 유럽중앙은행의 결정이 세계경제의 성장률 둔화보다는 유럽 각국의 인플레이션에 맞춰져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최소한 18개월동안은 목표선인 2%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중기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졌다고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논리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노선을 견지했다.

이같은 유럽중앙은행의 자세는 12개국이 모여있는 은행 내부 알력의 표출이며 독일 등 강경파가 프랑스등 온건파를 밀어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장 클로드 트리쉐 프랑스중앙은행총재와 몇몇 이사들은 3주전 "이제 유럽중앙은행의 관심은 인플레이션보다 둔화되고 있는 성장률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 금리인하가 예정돼 있음을 내비쳤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고 이에따라 세계시장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급해진 것은 미국이고 18일 단행된 FRB의 전격적 금리인하는 이같은 유럽의 미온적 접근방식에 대한 불만이자 반발의 표시라는 분석도 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지 FRB는 18일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현행 5.0%에서 4.5%로 0.5%포인트나 내렸다.

이에 자극받아 이날 다우산업평균 지수는 400포인트 가까이 뛰어 올랐다.

나스닥 지수도 지난 3월15일 이후 한달여 만에 처음으로 2,000선 위로 올라섰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인텔 등의 1.4분기 실적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발표가 시장 상승기류에 힘을 보탠 것은 사실이다.

이제 관심은 그 약효가 얼마나 지속될까 하는 것이다.

양봉진 < 워싱턴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