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11일 정기총회에서 채택한 "비전 2003"과 새로운 기업윤리헌장은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사회정서를 불식시키고 "사랑받는 대기업" "신뢰받는
재계"로 거듭나기 위한 획기적인 개혁프로그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기대
를 갖게 한다.

5개년 발전계획의 성격인 비전 2003은 기업개혁 경제회생 전경련개혁 등을
3대 축으로 삼아 7개의 핵심추진계획을 설정하고 있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회공헌사업 부문이다. 전회원사가 참여해 최대 1천억원 규모의 사회
협력기금을 조성, 소외계층을 지원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물론 지금까지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별기업 차원에서 행해지는 홍보적 성격이 짙었고 일회적 자선.기부 형태의
활동이 주류를 이루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들 개별기업의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재계 전체가 공동으로 사업을 개발, 추진하겠다는 것은 사회공헌활동
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대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발전계획에서 우리가 무엇보다도 주목하는 것은 재계가 민간주도의
확고한 경제회생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뭐니뭐니해도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함을 생각할 때
재계가 안팎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기조의 정착을 위한
범경제계 차원의 수출총력체제 구축을 선언했다는 것은 여간 마음 든든한
일이 아니다. 이는 그동안 대기업의 활동을 위축시켜온 구조조정, 부채비율
축소, 상호지급보증 해소, 빅딜 등의 난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원천을 찾아 나서겠다는 다짐이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 올해
안으로 한.중.일 재계 간담회를 열어 민간차원의 경제협의체를 창설하겠다는
구상은 우리 재계의 국제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단체로 거듭나겠다는 전경련의 각오는 투명경영 확립과
건전한 정.경관계 구축이 추가된 개정 기업윤리헌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 기업이 대내외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명성
건전성을 국제수준으로 높이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경제위기와 맞물려 국민
들의 대기업 불신이 크게 높아진 현실을 감안할 때 신뢰회복은 곧 기업의
생존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번 전경련의 발전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대내외의 요구사항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변신노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거두려면 국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대기업에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도 대기업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모순된 시각이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재계의 개혁프로그램은
성공할 수 없다. 전경련의 의욕적인 자기개혁노력에 국민 모두가 애정을 갖고
격려를 보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