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미사일공격은 지난91년 걸프전때와는 우선 명분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주변 회교국가들도 다국적군에 참여했던 그때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이 미국의 무력사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이라크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담한 반응은 안보리 의장을 맡고 있는
친화쑨(진화손) 중국대사가 회의를 마친뒤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에는
절대 구실이 있을 수 없다"고 밝힌데서도 나타난다. 안보리와 사전상의없이
이루어진 유엔무기사찰단(UNSCOM)의 철수결정에 대해 여러 나라에서 비판이
있었다는 얘기고, 이라크가 무기사찰에 비협조적이라는 버틀러 UNSCOM단장의
보고서에 대해서 조차 상당수 안보리 회원국들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사일공격이 UNSCOM의 철수결정을 기다렸다는듯 단행되자 미국 하원전체
회의의 클린턴에 대한 탄핵표결을 늦추기 위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매우 설득력있게 들리는 일면이 없지않은 추측이기도
하다. 어쨌든 17일로 예정돼있던 하원전체회의의 클린턴 탄핵안표결은 연기
됐다. 대외문제에 관한한 여.야가 없는 미국의회의 전통은 차치하더라도,
전쟁상황에서 군통수권자 탄핵표결을 할 수 없을 것은 당연하다.

국내정치용 도박으로 이라크 공격을 강행했는지는 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그것이 클린턴 자신에게 꼭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명분이 약한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결과적으로 클린턴 자신의 입지를 좁히고,
사임압력을 강화하는 미국내 여론을 부추길 수도 있다.

이라크 공격에 따라 원유가 금값 달러시세가 올랐다. 원유는 지난주 10달러
아래서 오락가락했던 북해산 브렌트유가 16일(현지시간) 11달러를 넘어서고
1월인도분 선물가격은 12.6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대포소리가 날 때마다
달러와 금값이 오르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의 관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장기화할 것 같지는 않다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지난 91년 걸프전
때의 경험을 되새겨 볼 때 그럴 것이라는 분석이다. 석유값이 오른 것은
이라크공격에 못지않게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멕시코가 마드리드회담에
서 원유감산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데 영향받은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을 그렇게 지나치게 축소해서 보는 것이 꼭 옳은지
의문스러운 일면도 없지만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간헐적으로 미사일이나
날려보내는 형태로 이번 사태를 오래 끌고가려는 클린턴의 선택이 나올 수도
있다. 또 이번 공격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여론이 클린턴 사임압력을 가중시
키는 등 미국경제 및 국제금융시장에 새로운 변수를 돌출시키는 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