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주택가격 상승기 양도세를 강화하면 집값은 오히려 더 오른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시장 정책에 대한 시장 참여자 정책 대응 행태 분석 및 평가방안 연구'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1% 증가하면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06% 증가한다. 2018년 1월∼2022년 12월 수도권 71개 시군구 아파트 매매가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을 최고 70%, 취득세율은 12%, 종부세율은 6%로 높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한시 배제했지만,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법 개정이 되지 않는다면 내년 5월로 양도세 중과 배제는 끝나게 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시한이 1년 뒤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토연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이 증가할수록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매매가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주택가격 상승 전반기에는 수요와 공급이 모두 증가해 가격과 거래량이 함께 오른다. 하지만 상승 후반기에는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에게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매도자는 시장에서 매물을 회수하고, 매수자는 추격 매수에 나선다. 결국 가격은 오르지만, 거래량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주택 가격 상승 후반기에 양도세를 강화하면 매도를 위축시키고 공급 부족이 심화해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집주인들이 수억원에 달하는 양도세에 부담을 느끼면서 시장의 매물이 줄어들고, 결국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자 시장 참여자들은 자녀를 분가시키거나 일부에선 위장 이혼까지 감행하며 1가구 1주택자 적용을 받아 세금을 회피했다. 자녀와 같이 살면서도 주택을 구입한 뒤 독립 가구로 분리해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고,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해 세율이 훨씬 낮은 증여세만 내는 방식을 썼다. 2030 신혼부부 중에서는 각기 1주택을 구입한 뒤 양도세 감면 요건 확보를 위해 사실혼임에도 혼인 신고를 미루는 사례가 생겼다.

연구진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는 신규 주택 매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일부 정책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했다. 취득세율이 1% 증가하면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34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부세 역시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는 등 부분적으로 효과를 거둔 정책이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이 가구당 보유 주택 수를 낮추거나 저가 주택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취득세·종부세 강화의 정책 효과가 반감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한 양도세 감면 혜택이 양도세·종부세 회피를 위한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특히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강남 3구가 먼저 움직이고 주변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한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이 실제 집값 상승 패턴과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강남 3구→판교→용인 수지→용인 기흥→용인 처인 ▲ 강남 3구→과천·분당→평촌·인덕원→산본 ▲ 강남 3구→목동·과천·분당→광명→광교→시흥 순서로 실제 집값 상승 패턴이 나타나며,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과 비슷한 것을 확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