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청나라가 망하게 된 큰 이유가 정부빚에 몰려 조세권을 하나하나 제국주의
열강에 바쳤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이 20세기를 마감하면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제금융단들이 부당하게 대한민국의 납세자 허락없이 세금을 가로채려고
하는 현실이 그렇다.

"JP 모건"은 1백억달러의 새로운 국채발행을 미끼로 1백50억달러의
시중은행의 외채를 정부채로 전환하자고 하며, 골드먼과 샐러먼사는 90억달러
외환평형기금을, 시티은행과 체이스맨해튼 은행은 신디케이트융자 90억달러,
일본 은행들은 대환을 해주는 대신 정부가 대신 빚보증을 서야 한다고 꾀고
있다.

한국의 외환위기가 있기전 외국 민간금융기관이 엄청난 폭리를 보면서
한국 금융기관에 투자했을 때는 고수익투자가 갖는 위험부담도 알고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실컷 재미를 본 후 발을 빨리 못빼어 세 불리하게 된 금융기관들이
"고수익은 고위험"이라는 투자 제일원칙을 깨우칠 생각은 않고 한국의 악성
민간단기채무를 연장해주겠으니 한국정부가 빚보증을 하라, 그리고 국채로
교환하라면서 생떼를 쓰고 있다.

IMF의 캉드쉬 총재는 "인도네시아의 외채는 대부분 민간채무라서 국가의
지급은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하면서 "한국은 모든 민간금융기관의 대외채무가
정부 보증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전의 비즈니스위크 잡지도 마찬가지의 글을 실었다.

한국정부가 왜 이 지경에 빠져있나.

정부가 모든 국내금융기관의 빚을 보증한다고 강경식 전 재경원장관이
사임하기 두달전에 공언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의 인준없이는 대외조약이나 대외채무관계는 국가간에
인정될수 없다.

민간금융기관의 신용이 바닥을 치면서 정부의 신용등급이 쓰레기가 된
원인이 무엇인가.

바로 이 정부 빚보증 공언 때문이다.

부실은행과 부실기업을 살리려고 정부까지 빚보증 정부채무에 매달리면
함께 망할 뿐이다.

우선 정부라도 신용파산의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부실금융기관의 민간채무는 정부가 빚보증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하여야 한다.

그래서 정부의 신용이 건전하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시중은행과 기업이 해외채무를 못갚을 때는 부도가 나게 해주고 도산절차
를 밟게 하면 된다.

이들중 대부분이 해외에 지점을 가진 소위 다국적기업이며 돈을 빌려준
외국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파산절차를 통해 해외채무자들도 그들의 정당한 권익을 행사할수 있게
해주면 된다.

IMF도 금융기관 기업의 파산을 정부가 나서서 구제하지 말라고 분명히
요구한바 있다.

이제 IMF에든 미국에든 구제금융을 구걸하러 다니지 말자.부실은행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을 과감히 끊고 스스로 일어설 생각을 해야한다.

정리해고도 외국돈을 구걸하기 위한 조건때문이 아니라 기업도산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IMF구제금융을 거절한 말레이시아가 그것을 받은 나라보다 사정이
더 나쁘지 않다.

브라질은 독자적으로 잘 견뎌내고 있다.

사실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거절하고 홀로서기 개혁을 선언한다면
그 뉴스자체가 투자자들의 신인도에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이자및 배당소득세 법인세 자산양도소득세는 비과세로 하여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기업과 은행이 신속히 폐업 합병 인수및 신규설립이
되도록 절차를 만들어 주자.

IMF의 세금인상 요구는 말이 안된다.

그리고 공무원의 인원축소, 민영화로 예산을 세수감소보다도 더 줄이자.

영종도공항 경부고속철 등의 국가적 사업, 철도청 한전 한국통신 등은
민영화되더라도 수요가 충분하여 경영에 별 지장이 없다.

한편 외환 통화정책은 아르헨티나 통화이사회의 방법으로 운영하자.

현재의 원-달러 교환비율을 고정하고 환전한 달러나 환전받은 원화는
그대로 보관하여 항시 1대1의 교환이 가능하게 한다.

그러자면 보유외환은 대출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단지 홍콩식의 경직적 통화이사회와는 달리 아르헨티나식은 예컨대
연9%의 예상인플레를 인정하여 그만큼 다음해에 환율을 다시 조정해준다.

또 통화공급 수축으로 국내 이자율을 올려 원화의 가치를 유지하면 IMF에
구걸할 필요 없이 우리 힘으로 외환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조언자는 폴 볼커나 자기 이해를 대변하는 미국
투자금융사가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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