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서플라이의 고경수사장(34).

5년전에는 평범한 무역회사샐러리맨이었다.

1년쯤 다녔을까.

누구나 그렇듯 어딘지 적성에 맞지않는 것같아 답답했다.

직접 무역업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건강식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자그만 오퍼상을 차렸다.

1년동안 해보니 꽤 쏠쏠했다.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동업자를 구해 아예 건강식품공장을 지어 판매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덜컥 장애가 생겼다.

공장건설허가가 문제였다.

허가가 좀체 나지 않았다.

하루이틀 지연되다 보니 어느새 남는 건 후회뿐이었다.

오퍼상해서 벌어들인 돈이 투자비로 바가지 물새듯 말라버린 것.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사업아이템을 찾아 배낭 달랑메고 선진국을 싸돌아 다녔다.

다행히 눈에 들어오는게 있었다.

정보통신쪽과 생활편의서비스업.정보통신은 아무래도 자신이 서질 않았다.

첨단인데다 투자비도 많이 들고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고 판단했다.

정보통신쪽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생활편의서비스업으로 두번째 창업의 깃발을 올렸다.

지난 94년지금의 한솔서플라이를 설립했다.

꽃배달서비스가 시작된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꽃배달중개업으로 틈새사업이다.

직원은 26명.

삼성 LG 국민등 굴지의 3개 신용카드회사와 손잡고 고객을 확보했다.

이들 카드사들이 고객들에게 카드결제청구서를 보낼때 동봉하는 간지를
통해 적극 홍보해 줬다.

대신 제휴카드사를 통해 고객들이 꽃대금을 지불한다.

배달서비스망도 전국적으로 펼쳐놓았다.

1백30개의 꽃가맹점 네트워크를구축, 고객이 한솔서플라이로 전화로
주문만내면 즉시 전국 어디서나 꽃배달이 가능하다.

서울에만 반포에 직매장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24시간 배달서비스체제를 갖췄다.

이렇게 뛰다보니 지난해 매출액이 약20억원에 달했다.

고사장의사업수완은 특별하지 않다.

철저한 서비스정신과 고객 가맹점 제휴카드사와의 신뢰가 전부다.

말하긴 싶지만 실천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게 이것말고 또 있을까마는
고사장은 극복했다.

지방가맹점들로부터는 가입비를 전혀받지 않으며 마진도 떼진 않는다.

가맹점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고 결제일도 엄격히
지킨다.

돈독한 신뢰덕분에 제휴카드사들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굵직굵직한
고객에게 다리를 놓아준다.

삼성카드가 삼성화재와 에스에스패션를 연결시켜준게 좋은 예.

우량고객들의 생일날에 맞춰 꽃을 보내길 원하는 삼성화재와 일정금액
이상의 상품을사면 꽃을 선물하는 에스에스패션에 꽃을 공급했다.

그러나 고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고객과의 신뢰.

사업초기부터 해피콜(Happy Call)제를 도입했다.

꽃배달여부와 도착시간 만족도등을 고객에게 전화해 꼼꼼히 체크한다.

배달된꽃색깔이 고객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 교환해 준다.

"고객은 항상 옳다"는 게 고사장의 철학인 탓이다.

고객과는 시비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실수가 있을 때는 고객에게 실수를 스스럼없이 인정하고 미안할 정도의 감
동을 줘야 끊을 수 없는 신뢰가 쌓인다고 믿고 있다.

이런 수완을 무기삼아 고사장은 두달전에 새로운 일을 벌렸다.

국내 처음으로 기존 카드사와 제휴, 도배인테리어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꽃배달서비스와 체계가 똑같다.

고객이 주문하면 벽지및 바닥재등의 출장견적만 내고 도배업무는
시공자에 맡기는 식이다.

이사하다가 얻은 아이디어며 1년이상 시장성을 연구했다.

반응도 좋다고 한다.

"내년에 이 부문에서 적어도 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자신이 있다"고
고사장은 힘주어 말한다.

어려운 점은 경쟁에 대비 항상 아이디어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고사장은 어디나 찾는다.

도배인테리어중개업에다 홈클린링 실내방역 파출부안내중개업등의
틈새시장공략도 곁들여 볼만하다고 고사장은 비밀인양 귀뜸했다.

<김홍열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