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에 따른 후속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되고 있으나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새 나오고 있다.

똑같이 ''한지붕 한살림''을 차렸는데도 건설교통부는 신접살림집분위기
인가 하면 재정경제원은 밤새 승진내정자가 뒤바뀌는등 벌써부터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중앙부처의 감원삭풍이 산하기관등으로 번져가며 재정경제원 산하 금융
관련 감독원장과 금융기관장들의 조기경질설이 나도는가 하면 통상산업부
산하기관에는 전 기획원차관이 내정되는 등 의외의 인사로 영문을 몰라하고
있기도 하다.

<>.조직개편에 따른 "한지붕 두가족"이 된 재정경제원이국. 과장급 인사
후유증으로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

홍재형부총리의 결재도 없이 내정자를 공개했다가 "집단 반발"이 거세자
국장내정자를 하룻만에 바꿔치는등 졸속인사였다는 내부비판이 일고 있다.

홍재형부총리는 28일 오전 1급회의를 소집,전날 이석채차관 주재로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3급승진자로 내정했던 이인원 전재무부 기획예산담당관을
빼고 유지창 전재무부 재무정책과장을 승진대상에 포함시켰다.

전날 승진자 명단에 강한 불만을 품은 재무부출신들이 전날밤 홍부총리
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소문.

이와관련,재경원 관계자는 장관의 결재를 받지 않은 내정인사가 언론에
공식 릴리스된 이유가 뭐냐며 강한 불만.

과천관가에선 이번 재경원 인사를 두고 "홍부총리 인사인지,아니면
이석채차관 인사인지 모르겠다"고 푸념.

또 이차관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데는 사실상 한이헌경제수석이 원격
조정했기때문일 것이라는 밑도끝도 없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같은 소문은 이번 인사에서 기획원출신들이 우대를 받은데다 부산.경남
출신들이 대거 승진하거나 영전하는 사례가 많아 현실감을 더해주고
있다는게 구재무부출신들의 얘기.

예컨대 장관까지 곁에서 공보좌하는 비서실장 보관등 요직을 기획원출신
들이 독차지하는등 재무부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기획원출신들에게 점령
당했다는 것.

더군다나 김용진 이수휴씨등 전재무부차관들은 한직으로 밀리거나 아무
자리도 보장받지 못한 반면 한갑수 전기획원차관까지 통상산업부산하
가스공사사장으로 내정돼 구재무부출신들과 상공부출신들이 따돌림
당했다는 분위기가 역력.

반면 기획원출신들은 승진자가 적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당초 "화학적 융화"를 목표로 내건 교차인사(일명 무지개떡인사)가
오히려 두부처 출신들간에 갈등과 반목이 심화되는 양상.

<>.이날 재경원 국.과장 인사는 고시동기가 같은 국에서 국.과장을 맡는가
하면 고시선배가 후배에게 밀려나는등 뒤죽박죽이라는 평.

이는 "각국에 과장1명은 섞는다"는 무지개떡 인사원칙이 경직적으로
적용되면서 신참 기획원과장에 밀려 고참 재무부과장은 외부로 나가고
후배나 동기밑에서 근무해야 하는데 따른 것.

예컨대 이근경 세제2심의관(행시14회) 밑에 있는 최경수재산세과장과
박용만과장은 이국장과 고시동기이며 특히 박과장은 이국장의 서울상대
1년선배.

또 행시17회인 김용민 소비세제과장과 이정환 기본법규과장은 세제실의
"말단"이란 이유로 20회인 장태평과장에 밀려 국세심판소 조사관으로
내정됐다.

이밖에 재무부출신인 이영회국장(11회)은 4년동안 해외(IMF)에 근무한뒤
귀국해 또다시 중앙공무원연수원에 입교하는 반면 기획원출신 국장들은
14회인데도 본부국장(변양균예산1심의관,장석준예산3심의관, 이근경
세제2심의관)을 맡고 있어 재무부출신들이 불만을 토로.

재무부출신과장들은 "이번 국장승진으로 구기획원은 14회까지 모두
승진한 반면 구재무부는 12~14회과장이 17명이나 된다"며 "이같은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한 양부처의 화학적융합은 불가능해 한지붕
두살림현상은 꽤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촌평.

<>.김용진전재무부차관의 은행감독원장내정에 따른 이용성원장의 퇴진은
앞으로 국세청을 비롯한 외청과 금융감독기관및 국책은행에 인사회오리가
몰려올 것을 예고하는 본보기라는 해석이 나돌아 관련기관들이 긴장.

재경원관계자는 "조직개편으로 튕겨져나온 사람들을 받기위해 이원장이
나가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60년대초반 공직생활을 시작한 세대로서
재무부유관기관에 있는 사람들의 정리가 시작됐다고 봐야한다"고 분석.

그는 "홍재형부총리와 이원장은 같은 비고시출신으로서 옛재무부의
국제금융분야에서 오랫동안 고생을 함께한 사이인 만큼 이원장의 퇴진은
홍부총리에겐 "읍참마속"인 셈"이라며 그파장이 어디까지 갈지는 미지수
라고 지적.

이와관련,내년초 임기가 끝나는 정부투자기관장은 대부분 물러나고
하반기중 임기만료되는 금융감독기관장의 조기물갈이가능성도 대두.

또 행시고참들이 많은 국세청이나 조달청등 외청의 인사태풍이 예상되고
96년초에 임기가 끝나는 국책은행장들도 임기보장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편 김용진전재무차관은 산은총재를 바랐으나 김시형전총리행조실장에게
밀려 은감원장으로 내정돼자 한때 강력 반발했다는 후문.

이는 홍부총리가 이용성원장에게 "은감원장자리가 위태롭다"는 얘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왔는데 그로인해 인사가 늦어지자 청와대에서
기정사실화 시키기위해 내정인사를 언론에 흘렸을 것이라는게 재경원의
추측.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