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귀중하다. 그러나 자유는 더욱 소중하다"

영국총리를 지낸 대처 여사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명언이다.

아일랜드공화군(IRA)이 반영무장투쟁을 계속해온 이유가 바로 "자유없는
평화"의 거부에 있었다면 그녀의 명언은 역설이 될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역시 평화는 좋은 것이다.

IRA가 일체의 폭력행동을 중단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들어간다고 선언한
1일 항영투쟁의 거점 더블린시에선 찾아올 평화의 기대에 흥분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거리엔 환영 퍼레이드도 등장했다.

영국과 IRA대표는 지난해 12월 이래 일련의 협상을 통해 분쟁종식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이번 IRA의 휴전발표는 사실상 일방적이며 조건없는 선언이다.

IRA의 휴전선언 자체가 평화정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선언은
지난 4반세기에 걸쳐 사망 3,200명, 부상 4만여명의 인적희생을 초래한
내란적인 북아일랜드 유혈사태를 종식시킬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이 분명
하다.

그러나 "휴전선언"이 "평화정착"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화해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IRA측이 제시한 포괄적인 "무언의 조건"을 영국정부가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당연히 메이저 총리의 결단과 지도력이 요구된다.

이점과 관련하여 IRA의 성명은 "모든 당사자의 인내와 결의가 필요하며
향후의 해결방안은 총괄적인 협상결과에서 모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영국과 IRA간에 있을 협상과정엔 양측 모두에 상단한 인내와
양보가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북아일랜드의 내부화합이다.

가톨릭계 과격파로 구성돼 있는 IRA에 과연 전체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신교측이 순순히 따를 것인지가 문제다.

이렇듯 향후 전망을 낙관할수는 없는 처지이지만 일단 IRA 휴전선언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가히 역사적인 무게를 지닌다.

중동에서의 평화진전, 남아공에서의 흑인정권탄생에 맞먹는 사건이다.

국제 테러리스트 카를로스의 체포는 도시게릴라의 종막을 상징하는 사건
이지만 어쨌든 세계가 변하고 있다.

화해로 가는 이 시대적 흐름에 세계의 분쟁당자사들은 외면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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