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1760~1830·에로스의 눈물

▲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 셀리 케이건 지음, 김후 옮김.
베스트셀러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썼던 미국 예일대 교수가 영국 옥스퍼드대 우에히로 실천윤리센터의 초청을 받아 진행한 특별 강좌를 재구성했다.

인간과 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의무론적 '권리' 그리고 윤리적 '공존'에 관해 고찰한다.

지난 수십 년간 동물윤리가 도덕철학의 한 분야로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지배적으로 부상한 견해, 즉 철학적 관점은 '사람과 동물은 동등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을 단 하나의 도덕적 지위만을 인정한다고 해서 '단일주의(unitarianism)'라고 부르는 저자는 인간 사회의 도덕 이론을 동물에 적용한 이들의 노고를 인정하면서도, 동물윤리 분야가 교착에 빠진 이유 또한 이들의 잘못된 관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람과 동물이 동등하다는 견해가 "동물을 사람과 같이 헤아려야 한다"는 괴상한 논리로 발전해 공론을 끌어내기는커녕 분열만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갖가지 윤리적 사례를 들어 단일주의를 논박하면서 동물윤리의 핵심에 '복지(welfare)' 분배와 '권리(rights)' 분배를 가져다 놓는다.

적절한 분배 원칙이 따른 동물복지를 수용하려면 개체의 도덕적 지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분배하는 '계층적 관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책에서 내세우는 주장의 핵심이다.

안타레스. 512쪽. 1만9천800원.
[신간]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 산업혁명 1760~1830 = T. S. 애슈턴 지음, 김택현 옮김.
영국 경제사학자 애슈턴(1889~1968)이 쓴 원서는 1948년 처음 출간됐고 1968년 옥스퍼드대 페이퍼백 시리즈 가운데 한 권으로 개정판이 출간됐으며 1997년 리버풀대 사회경제사 교수 팻 허드슨의 서문이 추가된 개정판이 나왔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한글판은 1997년 판을 바탕으로 했다.

수많은 통계 자료를 분석했음에도 그래프나, 표, 주석 없이 비교적 적은 분량으로 격변기 영국 사회와 산업현장, 기업가와 혁신가, 노동자의 일상생활을 명료하고도 세세히 드러내 보인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8세기 초 '농업국가' 영국의 인구와 자연경관, 토지, 자본, 노동 상황을 조망하는 것으로 시작해 산업의 초기 형태와 기술혁신의 구체적 사례를 살피고 '1차 산업혁명' 기간의 경제적 변화 추이를 평가한다.

책이 다루는 70년 동안 런던, 버밍엄, 맨체스터, 리버풀이 공업도시로 변모하고 템스, 셰번, 클라이드강은 운하망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되며 탄광이나 공장, 도시에 철로가 깔리고 증기선이 강어귀와 항구를 바삐 드나들게 된다.

4천여 건의 '인클로저(enclosure)' 관련법이 의회에서 통과돼 개방경제와 공동지는 사실상 사라졌고, 이 과정에서도 농민들은 토지에서 추방돼 공업지대로 스며들고 임금노동자로 전락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혁명'이라는 용어에 다소 의구심을 품었지만, 이 70년은 영국인의 물질세계와 정신세계, 자연경관까지 모두를 바꿔 놓았다고 지적한다.

또 산업혁명은 '산업'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며 '지적'이며 '문화적'인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삼천리. 280쪽. 1만7천원.
[신간]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 에로스의 눈물 = 조르주 바타유 지음, 윤진 옮김.
20세기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소설가로서 철학과 문학, 경제학과 신비주의, 고고학과 예술사, 미학을 종횡무진으로 오가며 다채롭고 독보적인 사유를 보여준 금기와 이단의 작가 조르주 바타유(1897~1962)의 마지막 저작이자 사상적 유서다.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그의 관점은 언제나 '상식'을 뛰어넘는 이질과 이단이었기에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죽음, 에로티즘, 쾌락, 종교, 소비 등에 관한 사상적 유산은 푸코와 데리다, 솔레르스, 크리스테바 등 후대 수많은 사상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책의 1부 '에로스'의 탄생에서는 초기 인류가 라스코 동굴 벽에 남겨놓은 '모호하고 기이한' 장면을 중심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 노동, 유희를 설명한다.

2부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는 디오니소스교 시대와 기독교 시대로 나눠 에로티즘의 역사를 다룬다.

기독교 이전 고대 세계의 '종교적 에로티즘'을 전쟁, 노예, 매춘 등의 사회적 변화 속에서 읽어나간 뒤, 에로티즘을 단죄함으로써 역설적이게도 그것에 강렬한 힘을 부여한 기독교 시대와, 프랑스 자유사상가 리베르티나주와 함께 시작된 변화를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대신하여'에서 바타유는 부두교 사제와 능지형을 당하는 중국 죄수를 통해 잃어버린 세계와의 연속성을 되찾고자 하는 옛 희생 제의를 다시 불러낸다.

옮긴이는 "바타유는 이 책에서 스스로 '지속적이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한 이성의 두려움 대신에 한순간에만 가능한 '종교적 황홀경과 에로티즘의 근본적 연결'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민음사. 172쪽. 1만3천원.
[신간]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