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을 꿈꾸던 유럽은 왜 분열하게 되는가
조지 프리드먼의 분석서 '다가오는 유럽의 위기와 지정학'

이달 말,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다.

유럽연합이 자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말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놀라운 정세 분석력으로 '21세기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헝가리 출신 미국 국제정세 분석가 조지 프리드먼은 저서 '다가오는 유럽의 위기와 지정학'에서 유럽연합이 궁극적으로 와해하거나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일찍이 내다봤다.

이제 유럽은 독일과 다른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실, 그리고 되돌아온 러시아라는 현실과 다시 마주하고 있다.

여기다 미국이 더는 유럽의 안보를 떠맡지 않으려 하면서 지난 500년 동안 유럽을 갈라놓은 지정학은 또다시 작동하고 있다.

브렉시트, 유럽연합 와해, 독일 문제의 재부상

프리드먼은 유럽의 분열이 2008년 두 개의 사건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해 금융위기를 겪으며 남유럽은 무기력한 경제현실과 마주했고, 독일은 거대한 부채를 짊어진 채 채무불이행을 위협하는 남유럽 국가와 마주해야 했다.

여기다 유럽연합의 재정정책을 둘러싸고 독일과 프랑스의 갈등도 날로 심해졌다.

독일과 나머지 유럽국가 사이의 경제적 충돌은 상대에 대한 분노와 경멸을 동반하면서 통합을 유지하기 힘든 지점으로 점점 나아간다.

유럽을 더욱 결정적으로 갈라놓는 사건은 2008년의 러시아-조지아 전쟁이었다.

이로써 소련 붕괴 이후 변방으로 밀려나 있던 러시아는 다시 유럽 무대에 등장하게 됐다.

저자는 산맥과 강, 해협으로 갈라진 유럽이 정복으로 결코 통일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유럽의 강들은 사방팔방으로 흐르며 유럽을 통합시키기보다는 분열시켰다.

이 때문에 유럽인들은 끝없이 경쟁하고 싸워야 했다.

유럽인들이 대항해 시대를 열며 세계를 지배하게 된 데는 이 같은 내적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국가도 유럽 전체를 지배하지 못했고,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이는 결국 '31년 전쟁(1914~1945년)'을 초래했는데, 미국의 개입으로 독일을 분단시키며 전쟁은 일단 끝나게 됐다.

그러나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이듬해 독일은 분단 44년 만에 재통일하기에 이른다.

유럽의 지정학적 불안정은 언제나 독일, 더 정확히 말하면 독일의 불안감에서 비롯됐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독일은 유럽 대평원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그 어떤 지리적 방벽도 존재하지 않는다.

1871년 비스마르크에 의해 통일된 순간부터 독일은 프랑스와 러시아의 협공 위협으로부터 한순간도 자유롭지 못했다.

유럽인들은 강력한 경제공동체로 유럽 국가들을 결속해 어느 나라도 평화를 깨거나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게 하려 했다.

1992년에 유럽연합이 출범했던 배경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주권의 통합이 아니라 주권을 보유한 국가들의 경제적 통합일 뿐이었다.

통합이란 이해관계가 상호 일치하는 동안에만 유효하게 되고, 번영이 지속되고 비용이 공평하게 분배되는 동안에만 유지될 수 있다.

서로의 이익이 충돌하면 분열·와해할 수밖에 없는 것.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는 그 시작이었다.

브렉시트, 유럽연합 와해, 독일 문제의 재부상

책은 영국이 유럽대륙과 왜 거리를 두려고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이유를 다룬다.

냉정히 바라보면 브렉시트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이탈하는 것이라기보다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얘기다.

영국은 유럽이라는 자유무역지대가 필요했을 뿐 통합된 유럽을 받아들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힘이 다시 서쪽으로 향하면서 공은 독일로 넘어갔다고 저자는 말한다.

러시아와 동맹을 맺을 수 있는 독일이 경계지역의 동유럽 국가들을 지원함으로써 러시아의 서진 또한 견제할 수 있어서다.

그 실효성을 위해 독일은 실질적 재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 책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독일을 일본의 맥락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두 나라가 놀라울 정도로 많은 특성을 공유한다고 말한다.

한 발짝 늦은 통일과 산업화, 국가주도 발전, 2차 대전 패전과 부흥의 과정을 동일하게 밟았다.

두 나라는 모두 패전국이자 냉전의 수혜자였고, 이제는 미국의 경제력에 도전할 수 있는 3위와 4위의 경제 강국이면서도 실질적 무장은 자제한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공통점은 두 나라가 모두 지정학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고, 자신의 처지에 늘 불안해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지정학과 대전략은 뭘까? 저자는 한국어판 특별 서문에서 21세기의 한국은 미국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역의 비중 있는 행위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혹자는 한국의 지정학을 러시아와 독일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갇혀 있는 폴란드에 견주기도 하나 한국은 결코 폴란드가 아니라는 것. 일본에만 의존할 경우 전략적 입지가 약화할 수밖에 없는 미국은 아시아의 열강들을 지정학적·경제적으로 견제하면서 태평양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는 데 한국 만한 파트너가 없고, 한국 역시 미국과의 관계를 지렛대 삼아 중국과 일본에 대해 전략적 자율성을 지닐 수 있다는 얘기다.

김앤김북스. 홍지수 옮김. 408쪽. 1만6천원.
브렉시트, 유럽연합 와해, 독일 문제의 재부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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