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화와 도자기를 비롯 금속과 목기류 등 다양한 종류의 고미술품을
일반에 공개하는 "고미술 특별전"이 20일~5월5일 서울 서초동 다보성
고미술 전시관 (581-5600)에서 열린다.

다보성 고미술 전시관 (대표 김종춘)이 개관 12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번 특별전은 올해 고미술전의 첫장을 여는 행사로 총 500여점의
유물이 출품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품작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고미술품은 17세기에 제작된 "삼국지
전쟁도"와 고려시대 "청자상감진사포도원문매병" (13세기).

이밖에 신라시대 후기의 "청동종" (높이 34cm, 지름 20.5cm),
"사도세자친필팔세시"(1743년 36x57cm, 28쪽짜리 서첩)와 "관서팔경도첩"
(조선시대후기 지본계채 18폭 64x44cm),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화첩"
(8폭 38x27cm) 등 귀중한 유물과 김홍도 강세황 등의 서화작품 및
신라토기 청자 백자 분청 등 다양한 종류의 도자기가 전시된다.

가로 1.3m, 세로 2.2m짜리 8폭으로 구성된 초대형그림인 "삼국지
전쟁도"는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회화중 가장 크며 도화서 화원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임진왜란 발발후 관운장의 용맹한 힘을 빌어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서울 관악묘와 안동 남원 공주 등에 삼국지의 영웅인 관운장을 모시는
사당을 지었는데 관안묘라고 부르던 사당내부 전후좌우벽에 삼국지의
내용을 8가지로 나누어 그려넣었던 것이다.

매장마다 제목을 현판에 적어넣은 이 작품은 시원스런 구도를 바탕으로
한 활달한 필치와 강렬한 채색등이 주위를 압도하고 있는 걸작이다.

나즈막한 언덕과 소나무, 아기자기한 평야 등 작품속 풍경이 다분히
한국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점이 특징.

높이 23.5cm, 밑지름 20.5cm인 "청자상감진사포도원문매병"은 일반적인
고려청자와는 달리 구성과 기법, 소재면에서 독특한 양식을 보여주고
있는 매우 희귀한 작품.

상감청자의 대표적인 문양인 포도문의 경우 대부분 포도송이의 윤곽은
백상감으로 하고 백색윤곽안에 흑상감을 넣은 다음 몇군데에 포도덩굴을
타고 노는 작은 동자를 새겨넣게 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포도전체를 백상감으로 처리한 다음 동자대신 4마리의
원숭이를 그려넣었고 특이하게 포도 송이송이마다 진사점을 찍어 작품성을
더했다.

다보성갤러리 학예실장 명승혜씨는 "이번 특별전에는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명품들이 대거 포함된 점이 특징"이라고 밝히고 "특히
"삼국지전쟁도"와 "청자상감진사포도원문매병"을 비롯한 도자기 및 서화
10여점은 뛰어난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