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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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요금을 올린 적 없다”다. 통신비가 물가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매월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금액이 1~2년 전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치솟는 통신비’의 비밀은 따로 있다. 바로 스마트폰 단말기 월 할부금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 소비지출 12개 항목’ 중 하나인 통신비는 전년 동기보다 7.1% 상승했다. 소비자들의 통신비 지출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만한 상황이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통계청의 ‘가계 소비지출 12개 항목’ 중 하나인 통신비에는 흔히 통신 요금으로 대표되는 통신 서비스 지출금액과 통신장비 지출금액이 포함된다. 통신장비는 스마트폰 단말기 값에 대한 지출 금액이 주로 반영된다. 올해 1분기 통신장비 관련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9% 증가했고, 통신 서비스 요금은 전년 동기대비 1.8% 올랐다.

스마트폰 가격에 대한 지출까지 가계 통신비로 묶이면서, 높아지는 통신비에 대한 책임을 통신사가 모두 떠안는 구조라는 게 통신 업계의 토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폴더블폰 등 고가 제품을 선보이면서 단말기 월 할부금이 늘어났다”며 “월 할부금이 통신비에 포함된 탓에 비난의 화살이 통신사에만 돌아간다”고 했다.

"치솟는 통신비, 사실은 삼성·애플 탓?"…대체 무슨 일이 [정지은의 산업노트]
시장에선 LG전자의 사업 철수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삼성전자와 애플만 남으면서 단말기 가격이 올라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택지 많지 않은 탓에 가격 경쟁도 사라졌다는 뜻이다. 두 업체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합계는 95%가 넘는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올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제품 출고가를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23플러스 256GB’는 전작(119만9000원)보다 12.8% 비싼 135만3000원에 팔리고 있다. ‘갤럭시S23 울트라 256GB’도 159만9400원으로 전작(145만2000원)보다 10.1% 올랐다. 애플은 삼성전자보다 더하다. ‘아이폰14’ 시리즈의 출고가를 전작보다 최대 17% 인상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마트폰 가격까지 포함된 가계 통신비 지출금액을 놓고 무조건 통신사만 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스마트폰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 부담이 늘어나는 현실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