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의 PARP 저해제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 병용이 BRCA 변이가 없는 난소암 환자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린파자는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의 유지치료에 쓰이고 있다. 난소암에서 BRCA 변이가 있는 환자는 20~26% 수준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5일(미국 시간) 린파자와 임핀지(더발루맙)을 포함한 병용요법이 BRCA 변이가 없는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유의미하게 개선시켰다고 밝혔다.이번 임상 3상(DUO-O)에는 진행성 고도 상피성 난소암 환자 12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총 3개 군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했다. 1군(대조군)에는 아바스틴(베바시주맙)과 위약에 백금 기반 화학요법을 병용했다. 2군은 아바스틴과 임핀지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을 썼으며, 이번 시험에서 보고자 했던 3군은 아바스틴과 임핀지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을 사용한 데 이어 린파자를 유지관리 목적으로 함께 투약했다.아스트라제네카는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3군의 PFS에서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개선이 있었다고 전했다. 2군 또한 대조군 대비 수치는 개선됐으나 통계적인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항암제 평가에서 1차 목표로 꼽히는 전체생존률(OS)의 개선 정도는 후속 분석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수잔 갤브레이스 아스트라제네카 종양학 연구개발(R&D) 수석부사장은 “진행성 난소암 환자에 대한 미충족 의료 수요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번 임상데이터는 BRCA 변이가 없는 환자를 위한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아미르알리 탈라사즈 가던트헬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이지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한 국제 학회에서다. 당시 스탠퍼드대 박사후 연구원이던 탈라사즈는 이 교수에게 “혈액을 분석해 항암제 바이오마커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협력 연구를 제안했다. 첨단기술력을 보유한 과학자와 얼리어답터 의사의 만남이었다.2012년 탈라사즈는 미국 팰로앨토에 가던트헬스를 세웠다. 미국 혈액종양내과 의사 80%가 쓰는 세계 1위 액체생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교수는 4일 “당시 첫 임상연구에 참여했는데 30번째 환자에게서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며 “해당 환자는 신약 임상에 참여해 7년 넘게 생존했다”고 했다. 공학도와 의사의 만남이 환자를 살린 것이다. ‘공상과학’ 매진한 가던트헬스암에 걸리면 조직을 떼어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생체검사(생검)를 한다. 액체생검은 혈액 속 유전자 등을 건져 암세포 성질을 파악하는 검사다. 세포 밖 혈액을 떠다니는 DNA 조각이 처음 보고된 것은 1948년이다. 하지만 암 DNA 조각을 파악해 치료에 유용한 돌연변이를 찾을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공상과학’ 같던 기술을 처음 상용화한 곳이 가던트헬스다.2014년 미 식품의약국(FDA)은 첫 번째 액체생검 ‘가던트360’의 시판허가를 했다. 60개국에서 25만 명 넘는 암 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기업가치는 3조원을 넘었다. 탈라사즈 CEO는 속도와 정확성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55개 유전자를 분석하는 가던트360 CDx는 결과 전송까지 1주일도 걸리지 않는다”며 “경쟁 기업들은 두 배 넘게 소요된다”고 했다. 치료에서 예방으로 사업 확장가던트헬스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빅데이터를 기반 기술로 삼고 있어서다. 몸속 세포는 37조2000억 개에 이른다. 이들로부터 나온 유전자 조각의 양도 방대하다.혈액 속 무의미한 신호 중 암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데 꼭 필요한 마커를 찾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불필요한 노이즈를 제거해 다른 기업보다 민감도를 50배 이상 높였다. 스탠퍼드대 데이터 분석력이 의료에 접목돼 ‘산업’으로 성장했다.탈라사즈와 이 교수의 만남도 학제를 뛰어넘는 ‘융합’이었다. 이 교수는 “스탠퍼드대 전기공학도가 첨단기술을 만들고 의료진이 일찍 수용한 협력이 주효했다”며 “개발 초기 매일 피드백을 주고받으려고 탈라사즈가 카카오톡까지 깔았다”고 했다. “50억달러 연매출 진단 선보일 것”가던트헬스는 암 모니터링용 ‘리빌’, 암 예방용 ‘실드’로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실드는 혈액 속 유전자 변이와 단백질 등을 분석해 대장암을 진단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만 45~84세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대장내시경 검사보다 정확도가 높았다. 지난달 FDA에 승인 신청을 했다.폐암 등으로도 검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2032년 예상 매출은 50억달러다. 탈라사즈 CEO는 “암 사망률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가던트헬스는 일본과 중국에 각각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연구소 신설 계획에 대해 탈라사즈 CEO는 “정부 규제와 건강보험 진입 여부 등을 토대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가던트헬스는 루닛과 함께 생검 정확도를 높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세계 15개 기업과 65개 임상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면역관문억제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의 병용요법을 처음으로 승인했다.FDA는 시스플라틴을 포함한 화학요법에 부적합한 국소 진행성 및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를 대상으로 PD-1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MSD)’와 ADC ‘파드세브(시젠,아스텔라스)’의 병용요법을 신속승인했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국소 진행성 및 전이성 요로상피암을 대상으로 키트루다는 2017년, 파드세브는 2019년 FDA 승인을 받았다. 키트루다·파드세브 병용요법은 2020년 FDA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았으며, 이번 신속승인은 그 후 약 3년 만이다.FDA는 요로상피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키트루다와 파드세브의 병용투약 임상 1/2b상 연구를 근거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는 환자군(코호트)을 촘촘하게 나눈 다중 코호트 임상이었다. FDA는 키트루다와 파드세브를 병용투약하며 투여량을 늘린 코호트A와 파드세브를 단독투약한 코호트K를 비교한 데이터를 결정에 참고했다. 키트루다와 파드세브를 투약한 환자들은 총 121명으로 전신요법을 받은 경험이 없다. 시스플라틴을 포함한 화학요법이 적합하지 않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들이었다.FDA는 객관적반응률(ORR)과 반응지속기간(DOR)을 중점적으로 참고했다. 얼마나 약이 듣는지, 그리고 암의 진행과 전이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인 만큼 약효의 지속기간을 주의깊게 봤다. 키트루다와 파드세브를 병용투약한 환자들에게서의 ORR은 68%였으며, 12%에게선 종양이 사라지는 완전관해(CR)가 확인됐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22개월이었다.키트루다와 파드세브가 각각 임상 승인을 받았을 때의 근거 자료와 비교해 보면 병용투여 시 상승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키트루다가 이 적응증으로 승인받는 데 인용된 임상(KEYNOTE-045)의 결과를 보면 단독 투여 시 ORR은 21%였다. 파드세브는 확증임상에서 ORR 40.6%를 기록했다. DOR은 추적기간이 서로 달라 비교가 어렵다.아스텔라스 관계자는 “이번 신속승인으로 키트루다·파드세브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환자는 8000~9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파드세브의 개발사 시젠과 아스텔라스는 임상 3상으로 다시 한번 병용요법의 효능을 FDA에 입증해야 한다. 이번 승인이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둔 키트루다에도 도움이 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허 만료 이후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는 키트루다를 단독 투여하는 적응증에 대해선 사용할 수 있지만, 병용투여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김정현 아이피센트 변리사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를 파드세브와 병용투약하기 위해선 임상을 통해 결과의 동등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4월 4일 11시 6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