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유석 서울대 공대학장(왼쪽 여섯 번째)이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서울대 교수들과 함께 한국경제신문 취재진과의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홍유석 서울대 공대학장(왼쪽 여섯 번째)이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서울대 교수들과 함께 한국경제신문 취재진과의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켄들스퀘어엔 바이오 벤처만 집중 육성하는 랩센트럴이 있다. 암 정복을 목표로 삼은 바이오 스타트업만 수십 개다. 모더나 공동 창업자인 로버트 랭거 교수도 이곳에서 인류를 또다시 위험에 빠뜨릴 또 다른 바이러스와 사투 중이다. 랩센트럴엔 세계에서 몇 대 없는 고가의 연구 장비가 수두룩하다. 세포배양액을 자판기에서 뽑아 쓸 수 있을 정도다. 서울대 공대 교수진은 “교육과 연구, 창업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집중형 생태계가 전략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 기업, 대학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할 것 같다.

▷홍유석 공대학장=“기존 산학협력과는 다른 ‘뉴 얼라이언스’가 필요한 때입니다. 특히 기업과 대학이 인적자원을 활발히 교류할 수 있어야 해요.”

▷조규진 기계공학부 교수=“요즘 실리콘밸리에 가면 중국의 빈자리가 꽤 크다. 예전엔 중국 기업들이 뭐든 만들어줬다. 로봇 시제품 같은 것들 말이다. 이 공백을 한국의 강소 제조업체들이 메울 수 있다. 문제는 연결해줄 테크 코디네이터가 우리에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만날 기술만 개발하라고 하지,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을 양성하는 일은 등한시했다. 메이저리그로 치면 스카우터가 없다는 얘기다.”

▷주한별 컴퓨터공학부 교수=“인공지능(AI) 쪽은 미국, 중국과 비교하기는 힘들어도 원래 우리보다 앞서 있던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는 충분히 겨뤄볼 만한 수준이다. 다만 정부가 지나치게 ‘한국형 AI’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폐쇄적인 접근으로는 세상을 주도할 수 없다.”

-결국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김태현 컴퓨터공학부 교수=“양자컴퓨터만 해도 하드웨어는 미·중이 앞서 있지만 아직 어떤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정의(definition)에 관한 소프트웨어 분야는 우리가 해볼 만한 영역이 많이 남아 있다. ”

▷김상범 재료공학부 교수=“정부가 반도체만 강조하면 차세대 반도체 소자 등에서 뒤처질 수 있다. 미국엔 미래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꽤 많다. 우리는 AI 반도체 설계는 있어도 소자 쪽으론 스타트업이 아예 없다. 이들을 육성하려면 고가의 연구 장비가 필요한데 정부도, 기업도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최장욱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창업한 차세대 배터리 회사가 4개다. 한국은 대기업 중심이어서 벤처가 자생하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차세대 배터리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실제로 제조할 수 있을지엔 의문부호가 많이 붙는다. 우리는 거꾸로다. 괜찮은 아이디어만 나오면 배터리 대기업들의 제조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 역할이 필요한 영역이다.”

▷조용채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에너지야말로 기술 주권의 핵심이다. 일본, 중국만 해도 작년까지 광산 등 에너지 분야에 엄청나게 투자했다. 한국은 유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