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항원·PCR 장점만 뽑아낸 '형광진단키트'…올해 생산 두배 늘릴 것"
“독감이 그랬듯 코로나19에서도 신속진단키트와 유전자증폭(PCR)의 장점을 고루 갖춘 형광 기반 항원진단 제품이 시장을 주도할 겁니다. 풍토병화된 코로나19에 적합한 진단 제품과 차세대 진단 제품 모두를 공급하겠습니다.”

최의열 바디텍메드 대표(사진)는 15일 “올해 진단키트 생산 능력을 지난해 대비 2배로 늘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디텍메드는 지난해 1~3분기 매출 1209억원을 기록한 진단업체다.

바디텍메드는 항원진단키트를 공급 중인 다른 진단기업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최근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는 진단제품은 금 입자를 이용한 신속 항원진단키트다. 15분이면 검사 결과가 나오는 자가진단키트가 여기에 속한다. 바디텍메드도 신속 항원진단키트를 공급하고 있지만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별도 검사장비를 이용한 항원진단키트다. 금 입자 대신 형광 물질을 이용해 양성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형광진단 방식은 기존 신속진단 방식과 PCR 방식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기존 신속진단 방식은 빠르게 결과를 알 수 있지만 정확도가 80~90% 수준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바이러스 양이 적은 감염 초기 확진자를 선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PCR 방식은 99% 정확도로 초기 감염자까지 골라낼 수 있지만 수억원대 고가 장비를 써야 하고 2시간은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다.

형광진단 방식은 PCR 방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백만원대 소형 장비를 이용한다. 15분이면 결과가 나오고 90% 내외 정확도를 지닌다. 최 대표는 “PCR 방식만큼 적은 양의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없지만 기존 신속진단 방식보다는 초기 감염자를 선별하는 데 적합하다”며 “한 번에 검사하는 검체 수를 장비 종류별로 1·6·10개로 나눠 휴대 가능한 크기로 장비를 소형화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성, 속도, 비용 등에서 기존 진단 방식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바디텍메드는 매출의 90%를 해외 50여 개국에서 내고 있다. 기존 신속진단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요구하지만 PCR 장비를 도입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중소 의료시설 위주로 제품을 공급해왔다. 최근 코로나19 진단 수요가 늘면서 국내 병·의원 200여 곳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바디텍메드는 이 검사장비에 적용 가능한 시약을 60여 종 보유해 코로나19 외 다른 질환에도 장비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바디텍메드는 지난해 연간 6000만 개였던 진단키트 생산량을 올해 두 배인 1억2000만 개로 늘리기로 했다. 올 7월 완공을 목표로 춘천에 생산시설을 증설 중이다. 코로나19가 풍토병화되면서 형광진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것이다. 독감도 초기엔 의료 현장에서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신속진단키트가 주로 쓰이다가 정확도를 보다 높이기 위해 형광진단 위주로 시장 재편이 이뤄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를 대비한 후속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바디텍메드는 항체치료제의 체내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치료약물 농도감시(TDM) 키트’를 개발 중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TDM 키트를 셀트리온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램시마의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 등 3종의 TDM 키트를 내놨다.

올해엔 5종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램시마는 류머티즘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에 처방하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최 대표는 “유럽 항체치료제 공급사와 TDM 키트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라며 “비타민D, 여성호르몬 등도 형광진단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질병은 물론 건강관리 영역까지 형광진단 시장을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