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배 디자인셀 대표(왼쪽)와 연구진.  디자인셀 제공
김윤배 디자인셀 대표(왼쪽)와 연구진. 디자인셀 제공
글로벌 제약업계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다. 현재 선두는 미국 바이오젠이다. 이 회사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이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FDA가 승인한 첫 번째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하지만 출발은 매끄럽지 않았다. 승인 과정을 놓고 아직도 ‘뒷말’이 나오는 데다 미국 건강보험 ‘메디케어’의 적용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장 의사들이 이 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신하지 못하면서 처방 규모도 미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도나네맙’이 FDA의 판매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든 시장의 리더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연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어마어마한 시장이지만 이렇다 할 ‘주인’이 없는 시장인 셈이다.

디자인셀은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을 정조준한 국내 바이오 기업이다. 뇌질환 연구에 오랜 세월을 바친 김윤배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가 2016년 설립했다.


○34년 연구 노하우 담은 바이오기업

김 교수는 34년 동안 뇌질환을 연구했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관련 주제로는 14년 동안 논문 336편을 발표했다.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logy)’ 등 유명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싣기도 했다. 국내외 특허 30여 개를 출원했으며, 캐나다 UBC대학병원과 공동 개발한 치매치료 줄기세포는 국내외 6개국에 특허 등록을 마쳤다. 디자인셀 관계자는 “특허 가치만 563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셀이 꼽는 핵심 기술은 ‘기능성 유전자 탑재 줄기세포’ 기술과 ‘기능성 엑소좀 대량획득 공정’이다. 기능성 유전자 탑재 줄기세포는 줄기세포에 기능성 유전자를 집어넣는 기술이다. 줄기세포에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실으면 학습력과 기억력을 상실하는 치매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엑소좀은 줄기세포에서 나오는 기능물질을 전달하는 나노입자다. 유효 성분이 든 엑소좀을 다량 생산해 치료제로 이용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배양기술을 통해 기존 기술 대비 50~100배 많은 엑소좀을 추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셀은 이 엑소좀에 알츠하이머 증상을 악화시키는 독성 아밀로이드를 분해하는 기능물질을 담아 전달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디자인셀이 보유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치매 줄기세포 치료제(파이프라인 DC-001) 등 5개다. 치매 외에도 녹내장과 관절염, 아토피 치료를 위한 후보물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내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 및 유효성 평가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또 자가혈액의 특정 성분을 활용한 녹내장 치료법으로 연구자 임상시험도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효성이 입증될 경우 완치가 어렵다고 알려진 녹내장 치료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엑소좀 대량생산 위해 시설 투자

디자인셀은 최근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47억원 규모 초기 투자를 받았다. 이를 이용해 치매, 녹내장, 관절염, 아토피 등 질환별 후보물질에 필요한 기능 성분이 든 엑소좀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오송 연구단지에 짓는다는 계획이다.

김윤배 디자인셀 대표는 “FI의 투자로 치매, 녹내장, 관절염, 아토피 등의 비임상 및 임상시험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내년 K-OTC 시장 진출 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난치병 치료제를 실용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디자인셀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9년 중국 STG(Sinder Technology Group)와 합작으로 칭다오신더디자인셀유한회사(QSDSC)를 설립해 줄기세포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또 크로아티아 대사관과 보건복지부의 요청으로 크로아티아 풀라대 의과대학에 공동법인을 설립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