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팜이 약물 재창출을 통해 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씨앤팜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개발이 완료되면 ‘타미플루’처럼 코로나19 치료제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5일 씨앤팜에 따르면 회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CP-COV03’가 내달 초부터 전북대 인수공통연구소에서 효력실험을 진행한다. 씨앤팜은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대주주다. 구충제인 ‘니클로사마이드’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다. 그러나 뛰어난 항바이러스 효능에도 불구하고 경구제로는 흡수율이 너무 낮고, 주사제로는 유효 혈중농도를 1시간도 유지하기 힘든 약물로 알려져 있다.

CP-COV03는 니클로사마이드의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량한 물질이다. 체내흡수율을 10배 이상 높이고, 1회 복용만으로도 항바이러스 약물농도를 유지하도록 개선했다.

약물동태실험에서 CP-COV03는 인체 기준 허용량으로 1회만 투여해도 12시간 동안 바이러스 활성을 100% 억제하는 혈중 유효약물농도(IC100)를 유지했다. 현재까지 니클로사마이드 계열의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후보 약물 중 IC100을 12시간 유지한 사례는 의약계에 보고된 바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CP-COV03가 니클로사마이드보다 12.5배 높은 최고혈중약물농도를 나타낸 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니클로사마이드의 체내 저흡수율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다.

“하루 두 번 복용으로 24시간 약효 지속 기대”

CP-COV03이 약물 재창출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들과 다른 점은 ‘먹는 약’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씨앤팜 관계자는 “앞서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경구제로 각광받았던 타미플루의 사례를 보면, 백신이나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이 바이러스 질환 치료제의 게임 체인저임을 알 수 있다”며 “먹는 약은 주사제 못지않은 효능이 있고,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씨앤팜은 CP-COV03가 하루 2회 알약이나 캡슐 복용만으로도 24시간 약효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니클로사마이드를 기반으로 한 먹는 약으로 코로나19의 자가치료도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CP-COV03은 씨앤팜의 경구용 플랫폼 기술 ‘유·무기 하이브리드 약물전달체(DDS) 기술’로 탄생했다. 이 기술은 기존 주사제를 간편한 경구제로 바꾸거나 난용성 약물의 흡수율을 증가시켜 약효를 높인다. 이 플랫폼 기술은 전 세계에 특허 등록됐다.

회사는 내달 초 전북대 인수공통연구소에서 CP-COV03의 효력실험을 진행한다. 효력시험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임상 2상을 신청하고, 이후 정부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씨앤팜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도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접어든 긴박한 상황인 만큼, 임상은 매우 신속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등 해외에서도 신속히 임상 2상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씨앤팜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구충제의 일종인 니클로사마이드를 항암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난 4월 니클로사마이드의 바이러스질환 치료 효능에 대한 파스퇴르코리아 연구소의 논문을 검토한 끝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CP-COV03 외에도 이른바 ‘무고통’ 항암제 기술을 바탕으로 한 ‘폴리사마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니클로사마이드를 무고통 항암제용 주사제로 개량한 것이다. 회사는 폴리사마이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췌장암 치료신약 폴리탁셀의 DDS 기술을 니클로사마이드에 적용한 개량신약도 내년 초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앞두고 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