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아주 긍정적인 소식"

영국 옥스퍼드대와 영국계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AZD1222'가 임상시험에서 희망적 결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 전원에게서 T세포와 항체, 즉 이중 면역(dual immune)이 형성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된 논문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4월23일~5월21일 영국 18~55세 성인 1077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ZD1222의 임상 1상시험 결과 참가자 전원으로부터 보호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병원체나 감염성 입자가 신체에 침투했을 때 바이러스를 중화해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와 면역T세포(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는 세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돌기에서 나온 유전물질 일부를 세포에 삽입해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백신 물질은 유전적으로 변형돼 인체 내에서 번식은 못하지만 면역 반응만 일으킬 수 있는 약화된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서 T세포 반응은 백신 주입 14일차에 정점에 다다랐고 이후 2개월간 유지됐다고 알려졌다. 중화항체는 백신 주입 한 달 만에 참가자 95%에서 4배가 증가했다.

또 제약사 측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시험에선 참가자들이 모두 백신을 1회만 맞았다. 이언 존스 리딩대 교수는 "대부분 참가자들은 백신 1회 투여 후 항체가 형성됐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2회 투여한 뒤 모두 항체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을 주도한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사라 길버트 박사는 향후 몇 주 안에 더 규모를 키워 1인당 백신을 2회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길버트 박사는 "면역반응이 얼마나 더 커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면역이 너무 강한 건 괜찮다.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조금씩 다른 용량을 투여해 어떤 용량이 가장 적당한지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류 폴라드 옥스퍼드대 수석 연구자는 "이번 임상시험으로 개발 중인 백신의 안정성이 입증됐다"며 "백신 접종이 코로나 바이러스 면역 형성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백신의 면역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관건은 시점과 생산량. 옥스퍼드대 에이드리언 힐 연구원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제조 역량이면 오는 9월까지 100만회분의 백신이 생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개발자금 12억달러를 지원한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이르면 10월부터 미국에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다. 영국도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일부를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연말 전까지 실제로 백신을 납품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빨리 일을 하고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WHO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CNBC는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이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좋은 소식"이라며 환영했다고 전했다.

라이언 사무차장은 "T세포 반응을 생성하고 중화 항체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이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또한 트위터에서 "아주 긍정적인 소식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의 뛰어난 옥스퍼드 과학자들과 연구원들이 아주 큰 일을 해냈다"며 기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