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가 유명 관광지 트레비 분수가 '먹물 테러'를 당했다.

AFP통신 등은 21일(현지시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이탈리아어로 '마지막 세대'라는 뜻) 활동가 7명이 이날 "우리는 화석(연료)에 돈을 내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트레비 분수에 들어가 식물성 먹물을 부었다고 보도했다.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이탈리아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유명 관광지에서 '먹물 테러'를 벌여온 환경단체다. 이들은 먹물을 붓고 "우리는 화석 연료에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우리나라가 죽어가고 있다"고 외쳤다.

이들이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들이붓는 모습은 주변 관광객들이 영상으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일부 시민들은 욕설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먹물 테러를 자행한 환경 단체 관련자 7명은 즉각 경찰에 연행됐고, 시위 물품을 압수당했다.

이 단체는 이탈리아 북부를 강타한 홍수 피해를 계기로 기후 위기 심각성을 알리려고 이번 시위를 벌였다고 알려졌다. 북부 에밀리아에서 로마냐주에서는 이달 16일부터 17일 이틀간 쏟아진 폭우로 14명이 숨지고 3만6000명 이상의 이재민, 수십억 유로 규모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 단체는 이 같은 '물 폭탄'의 배경에 이상 기후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의 화석연료 공적 보조금 지급 중단을 촉구했다.

트레비 분수에 앞서 지난달에는 로마 스페인광장의 바르카치아 분수를, 이달 6일에는 로마 나보나 광장 피우미 분수를 검게 물들인 바 있다.

이들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려면 평범한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잇단 '과격 시위'에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지난달 문화유산과 예술품을 훼손하거나 파손할 경우 최대 6만 유로(약 87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

트레비 분수 먹물 테러 이후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시장은 "우리의 예술 유산에 대한 이런 터무니 없는 공격을 그만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단체는 시위에 쓰는 먹물이 분수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30만ℓ의 물을 버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트레비 분수는 이탈리아 건축가 니콜라 살비에 의해 1762년 완성된 후기 바로크 양식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영화 '로마의 휴일'(1953)과 '달콤한 인생'(1960)에 등장했고, 이곳에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오거나 연인과 맺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