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은 내년 물가상승률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기존 2%에서 4%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한 11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2%로 10월 조사 때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둔화한 것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 인상률이 과거 예상치보다 떨어질 것으로 소비자들이 내다봐서다. 11월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앞으로 1년간 휘발유 가격이 4.7%, 식료품 가격이 8.3% 각각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달 예상치보다 각각 0.6%포인트, 0.8%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주택 가격 상승률도 전달보다 1.0%포인트 하락한 1%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의료비 상승률은 9.6%로 나와 변동이 없었고, 대학교육비 상승률은 9.4%로 0.1%포인트 올라갔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10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7.7%로 8개월 만에 8% 아래로 내려가면서 정점론에 힘이 실렸다. 13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인 11월 CPI는 7.3% 상승할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이 최고치를 찍었다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월가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인 모하메드 엘 에리안은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Fed가 2% 인플레 목표치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리안 총장은 기존에 인플레이션은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이었지만 최근엔 임금 상승률이 적지 않은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빈 일자리 수가 증가하면서 임금 상승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글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2% 목표치는 1990년대 뉴질랜드에서 시작에 일부 선진국으로 확산했다. 더 이상 금리 인하 정책을 펼칠 수 없는 제로금리 상황을 피하면서도 부의 재분배를 적절히 할 수 있는 수준의 금리라는 인식 때문이다. 에리안 총장은 "Fed가 인플레이션 핵심 지표로 삼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도 내년 말까지 4%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며 "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3~4%가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