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전기를 자급자족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집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게 손쉬워졌고 전력회사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캘리포니아 등 미 남서부 주민을 중심으로 에너지기업이 제공하는 기존 전력망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년 새 전기요금이 급등하고 설비 불량 등으로 발생한 대규모 산불 및 정전 사태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태양광 전지판과 배터리 가격이 크게 떨어져 가정에서 전기를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태양광 패널 설치업체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지역 가정에서 전기 시스템을 완비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저 3만5000달러(약 4000만원) 수준이다. 초기 설치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적절한 유지 보수만 해주면 전기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존 전력망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전력회사들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각종 재해에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캘리포니아 북부를 관할하는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이 대표적 사례다. 2018년 이 회사의 설비 불량 문제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대형 산불로 정전 발생 빈도가 높아진 것도 주민들의 심기를 상하게 했다. 화재 진압을 위해 전력회사들이 가정과 기업의 전력을 강제로 차단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