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식료품 가격이 최대 20%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인건비 재료비 물류비 등 생산 비용이 줄줄이 오른 영향이다.

美 식탁물가 내년에 더 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농산품 가공식품 등 미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식료품 가격이 최저 2%에서 최대 20% 오를 것으로 27일(현지시간) 전망했다. 미 시장조사기관 IRI는 내년 상반기 음식과 식료품 가격이 평균 5% 인상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여러 식품 기업이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커피 머스터드 과자 마요네즈 냉동식품 등 다양하다. 오레오쿠키로 유명한 제과업체 몬델리즈인터내셔널은 내년 1월부터 쿠키와 캔디를 비롯한 제품 가격을 미국에서 6~7% 올릴 계획이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를 운영하는 제너럴밀스와 통조림 수프로 잘 알려진 캠벨수프도 내년 1월 가격을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최근 고객사에 푸딩과 머스터드 등의 여러 제품 가격을 평균 5%, 최대 20%까지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WSJ는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식탁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 물가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6.8% 급등했다. 1982년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이다. 특히 가정용 식료품 지수는 지난해 동월보다 6.4% 올랐고, 육류 생선 달걀 가격은 12.8%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업계에선 감자처럼 무게가 있는 경우 높은 운임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이 더 많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와인 맥주 등 주류는 수입품 가격이 더 비싸질 전망이다. 마요네즈나 냉동식품처럼 저장시설이 필요한 제품도 인건비와 물류비, 포장 비용 상승으로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예상이다.

일각에선 식품업체들이 생산 비용 상승분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업체들은 반박하고 있다. 예컨대 크래프트하인즈는 유명 머스터드 제품의 생산 비용이 22% 급등했는데도 소비자 가격은 6~13% 인상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날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독점 규제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머스 교수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맡은 인물로 민주당계 인사로 분류된다.

서머스 교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반독점 규제는 바보 같은 짓”이라며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가운데 (특정 기업의) 독점이 늘어났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독점적인 지위가 물가를 끌어올렸다고 보는 바이든의 시각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기업과의 전쟁을 선포하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한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