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모은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초기 임상시험에서 입원환자의 회복 속도를 31%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 식품의약국(FDA)이 가능한 한 빨리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조기에 나오면 경제 봉쇄 해제도 빨라질 것이란 기대로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2.21%, 나스닥지수가 3.57% 급등했다.

환자 회복 속도 31% 단축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의 ‘간판’ 격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결과를 소개하며 “꽤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치료제가 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며 “(입원환자의) 표준 치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동석한 트럼프 대통령도 “아주 긍정적인 일”이라며 FDA가 렘데시비르를 긴급 승인하는 것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미국 등 세계 68개 지역의 코로나19 입원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환자 일부에겐 렘데시비르, 일부에겐 가짜약(플라시보)을 투여해 임상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환자는 11일 만에 회복했고, 그렇지 않은 환자는 15일 만에 회복했다. 파우치 소장은 “렘데시비르를 투여했을 때 회복 속도가 31% 단축됐다”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망률은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환자가 8%, 그렇지 않은 환자가 11.6%를 기록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스크립스연구소의 에릭 토폴 국장은 이번 결과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에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가 뒤섞여 있다”면서도 “좋은 시작이고, 효험이 있고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WP는 환자들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입원 기간이 줄어들면 보건 시스템의 부담이 줄고, 경제 정상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기업에 자신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길리어드는 이날 렘데시비르 생산량을 크게 늘려 5월 말까지 150만 개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 14만 명의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렘데시비르, 상당한 치료 효과"…美 '코로나 봉쇄' 해제 빨라지나
그러나 같은 날 국제학술지 란셋에는 정반대 결과를 내놓은 논문이 실렸다. 중국 후베이성 내 코로나19 중증 환자 237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을 한 연구 결과다. 중국 연구진은 “증상이 나타난 지 10일 이하인 환자들은 더 빠르게 호전됐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진 않다”고 보고했다. 당초 코로나19 환자 453명을 모아 진행하려 했지만 환자가 모집되지 않아 중단한 연구다. 지난 23일 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에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임상 결과가 부정적’이라는 내용으로 올라왔던 논문 초안과 같은 내용이다.

美 ‘사회적 거리두기’ 5월부터 해제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활동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방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6일부터 연방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외출·외식·여행·10인 이상 모임을 제한해왔는데, 기한이 끝나는 4월 30일 이후엔 더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주별로 경제 봉쇄 조치를 내리거나 풀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방침이 각 주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있다. 미국 각 주는 이미 경제 봉쇄 완화에 시동을 건 상태다. 뉴저지주는 5월 2일부터 공원과 골프장을 재개장하기로 했다. 아칸소주는 5월 11일부터 식당 내 식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미시간주는 5월 7일부터 주택과 상업용 건물 건설을 재개하도록 했고, 켄터키주는 5월 11일부터 단계적으로 경제 봉쇄를 해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애리조나주를 방문할 것”이라며 조만간 ‘정상 생활로의 복귀’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6일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에서 뉴욕으로 가는 해군 병원선 환송행사에 참석한 뒤 한 달 넘게 워싱턴DC를 떠나지 않았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9일 기준으로 106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6만1000명을 넘겼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주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