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사진)가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전시 내각을 구성하고 대규모 예산 확보에 나섰다.

선데이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6명의 고위 장관으로 이뤄진 전시 내각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은 “EU와 더 나은 합의를 체결하도록 집중할 것”이라면서도 “EU가 마음을 바꾸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 딜 브렉시트는 매우 현실적인 미래가 됐다”며 “노 딜에 대한 준비가 정부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고 강조했다.

영국 재무부도 노 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추가 예산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지드 자비드 재무장관은 텔레그래프에 “브렉시트 준비 예산으로 10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를 추가 배정하는 예산안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 브렉시트 대비 예산안엔 △국경수비대 인력 500명 확충 △공항·항만 인프라 보강 △개인·기업에 대한 홍보 캠페인 비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노 딜 브렉시트까지 감수할 수 있는 ‘실탄’을 보유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EU와 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영국 기업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국에서 가장 큰 경제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노 딜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영국 경제 27개 분야 중 24개 분야에서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노 딜 브렉시트의 치명타를 피할 수 없는 항공업계는 ‘탈(脫)영국’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다른 EU 국가로 이전하기 위해 유럽항공안전국에 신청서를 제출한 영국의 항공 관련 기업은 이달 기준 636개로 지난해 12월보다 세 배가량 많았다.

항공 부문은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EU 규정에 따르면 EU 회원국 개인이나 법인이 대주주가 아니면 EU 내 한 공항에서 다른 공항으로 항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 항공사는 노선을 조정해야만 한다.

자동차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영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EU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고, 완성차 일부를 다시 EU에 수출한다. 노 딜 브렉시트로 관세가 부활하면 생산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다. 프랑스 자동차회사 PSA그룹은 이날 “브렉시트 여파가 커지면 영국 북서부 공장을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