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국 양해 얻었을 것…親中 조짐 한국에 경고"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지역문화연구소장(사진)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미국의 양해 없이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중재를 토대로 한·일 갈등을 해소하려는 한국의 시도는 별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기미야 소장은 예상했다.

그는 18일 도쿄대 한국학연구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하면서 안전보장 문제를 꺼낸 것으로 미뤄봤을 때 미국의 묵시적 허락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기미야 소장은 한국 정치와 한·일 관계 등을 집중 연구하는 일본 내 대표적 지한파 학자다.

그는 일본에선 한·일 갈등을 미·중 대립의 큰 틀 속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미국이 중국과 경제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한국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라고 소개했다. 일본은 미국의 양해를 얻은 뒤 한국을 공격했고,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경쟁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충성경쟁을 유도하며 국익을 최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미야 소장은 “최근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이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한국인들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선제공격을 한 시점은 예상 밖이었다”며 “이는 한국을 강하게 밀어붙여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생각과 함께 더 이상 한국을 우리 편으로 보지 않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상징적 선언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기미야 소장은 “과거엔 한국이 반공보루 역할을 하고 일본은 경제적 도움을 주는 구조였다면 한국의 국력 신장으로 이 같은 역학 관계가 바뀌었다”며 “한국이 할 말은 하는 국가가 되면서 마찰이 생기고 일본의 인식도 달라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기미야 소장은 양국 정부가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어 단기간 내 화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한·일 양국 모두 한 발씩 물러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선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징용 피해자 배상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일본 기업에는 도의적 책임에 따라 자발적으로 협력토록 하는 전향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에 대해선 “한국이 징용 피해자 재판과 관련해 타협안을 제시하면 이를 받아들이고 즉각 수출규제를 철회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