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미국 주재 영국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노골적으로 폄훼한 이메일이 영국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지난 6일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를 “서툴다” “무능하다” “불안정하다”고 진단한 이메일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는 대럭 대사가 2017년부터 최근까지 영국 외무부에 보낸 내용이다. 대럭 대사는 보고서에서 “백악관은 유례없이 고장 난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 치하에서 분열돼 있다”고 묘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소식을 접하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7일(현지시간) 뉴저지 방문 후 워싱턴DC로 돌아오면서 기자들에게 “그 대사는 영국을 위해 제대로 봉사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그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부랴부랴 조사에 나섰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DPA통신에 “공식적인 유출 경위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내에서도 대럭 대사 파면을 요구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는 “그는 대사로서 완전히 부적절한 사람이며 얼른 나가야 한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톰 투겐다트 영국 하원 외교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