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필요한 침착성· 판단력·자제력 모두 부족"

내달 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에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미사일 발사 통제 임무를 담당했던 미 공군 전역장교들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ICBM 발사 버튼에 손을 올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1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 포스트(WP)과 에어포스 타임스에 따르면 젭 부시 경선 후보 캠프에서 안보보좌관으로 일했던 존 누넌 등 전직 핵미사일 발사 통제 담당 장교 10명은 서한을 통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핵미사일 발사권을 가져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연명한 서한에서 핵무기 사용 권한 결정은 "침착성, 판단력, 자제력 그리고 외교술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하고, 트럼프는 이 모든 자질이 부족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미사일맨'들은 특히 대통령이 내린 핵미사일 발사명령은 "거부할 수 없으므로 일단 발사대를 떠난 상황에서는 취소가 불가능하다"며 "대통령이 내린 충동적인 결정과 부족한 판단력 또는 오판은 재앙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한은 이어 "반대로 트럼프는 미끼를 쉽게 물고, 즉각적으로 혹평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와 국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기초적인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여러 차례 드러났다"며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는 군 최고통수권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누넌은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부 와이오밍주의 F.E 워런 공군기지에서 근무했다.

이 기지에는 150발의 미니트맨 3 ICBM을 운영하는 제90 미사일발사단이 있다.

지난 1960년대에 설계된 핵 탑재 다탄두(MIRV)를 장착한 미니트맨 3은 지상배치 핵전력의 핵심으로 대통령의 발사명령이 내려지면 30분 이내에 지구 어느 표적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다른 서명자들은 서북부 노스다코타주의 미노트 공군기지의 제91 미사일발사단 등에서 근무했다.

미노트기지에 배치된 미니트맨 3 미사일은 수는 400발 이상으로 미니트맨 3 전력의 3분의 1가량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전직 외교관들과 국가안보 전문가들이 잇따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반대하는 내용의 서한을 발표한 상황에서 나온 이번 서한은 트럼프가 핵무기 발사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문가 시각에서 지적한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