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통해 명사들의 집산지 부활 주목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끼고 흐르는 포토맥 강변에 둥근 모양을 하고 자리잡은 건물의 이름은 워터게이트 빌딩이다.

워트게이트라는 단어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과 조직내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익명의 제보자를 뜻하는 `딥스로트'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한다.

닉슨은 1972년 워터게이트 빌딩내에 입주한 민주당전국위원회 사무실을 도청하려던 사건으로 결국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재임중 비리로 사임하는 불명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이곳 워터게이트 빌딩은 고급호텔과 아파트, 호화로운 명품숍, 유명 레스토랑 등이 어우러진 복합건물로 바로 옆의 예술공연장인 케네디센터와의 근접성과 포토맥강이 바라보이는 입지 등으로 인해 명사들의 집결지로 유명했다.

베트남전을 기획한 인물로 얼마전 사망한 로버트 맥나마라 전 미국 국방장관, 첼로의 거장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연방대법관, 밥 돌 전 상원의원 등이 워트게이트 아파트의 오랜 주민이다.

그러나 최근 10년사이 워트게이트 빌딩의 명성이 내리막을 걸으면서 호텔이 문을 닫고 유명 상점들도 떠난 자리에는 생쥐가 출몰할 정도로 쇄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워터게이트 호텔이 21일부터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물색하게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날짜 기사에서 워터게이트 호텔이 새 주인을 찾아 새롭게 단장하면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호텔은 부동산개발 전문업체인 모뉴먼트 리얼티가 최고급 호텔로 복원을 위해 2004년 매입했지만 영업을 재개하지 못했으며, 최근 모뉴먼트 리얼티가 4천만달러 대출을 갚지 못해 워터게이트 호텔이 강제압류 상태에 처해짐에 따라 경매 처분에 나서게 됐다.

워터게이트 아파트에 35년째 살고 있는 워싱턴 사교계의 명사인 탠디 디커슨은 WP와의 회견에서 "모두가 이 호텔의 경매를 학수고대해왔다"면서 이 건물이 다시 예전의 화려했던 명성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터게이트 빌딩은 1965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마치 자석처럼 VIP들을 끌어모았는데, 닉슨 행정부 때 법무장관으로 재임중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구속된 존 미첼 부부와 닉슨의 비서인 로즈 마리 우즈 등도 워터게이트의 아파트에 입주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공화당 정권이 몰락한 후 이곳 아파트에 몰려살던 공화당의 실력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으나 레이건 행정부 시절 리 애넌버그, 찰스 위크, 벳시 블루밍데일 등 레이건의 측근들이 다시 이곳에 거처를 마련했다.

이 건물에서 공화당에 의해 도청이라는 불순한 정치공작의 표적이 된 탓인지 민주당의 유명인사들 가운데 이곳 주민을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굳이 찾자면 모니카 르윈스키를 꼽을 수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성추문의 당사자인 르윈스키는 스캔들이 터진 후 어머니가 살던 워터게이트의 아파트로 옮겨왔으며, 이 때부터 이 건물의 입구에는 르윈스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기 위해 기자들이 진을 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르윈스키는 이 아파트를 떠날 때 이웃 주민들에게 "9개월간 불편을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

(나 때문에) 이 건물에 이렇게 관심이 집중되게 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점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메모를 돌렸다고 WP는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